3차담화로 탄핵정국 발목 잡았지만
박대통령 스스로 새로운 결단 내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지키길

▲ 김두수 정치경제팀 서울본부장

작금의 여의도 정치권은 아수라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9부능선을 넘어선 지난 29일 박 대통령의 강력한 태클에 걸려 정치권이 진퇴양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의 ‘11·29’ 3차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테니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당초 2일 또는 9일께로 탄핵이 유력했지만 이날 담화로 탄핵 정국의 발목을 잡는데 잠시라도 효과를 가져온게 사실이다. 야권 171명에 새누리 비주류 29명을 더해 200명선으로 탄핵이 가결되는데, 이날 담화로 대통령 자신이 ‘1호당원’인 여권에 급제동을 거는 동시에 탄핵표결에 혼선을 불러왔다. 비유하면 ‘유책사유’에 내몰린 아내가 스스로 집을 나가기 보다는 가족구성원 전체의 합의와 법원의 정식 이혼 절차를 따르겠다는 의미다. 외형상으론 맞는 얘기다.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무조건 나가달라’라는 압박을 받고 나갈순 없고, 국회 합의와 법적 절차를 거쳐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과연 박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새누리 가족’중에서도 ‘장남격’인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 편에서 철저한 방어막을 치고 있고,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표’를 달고 국회에 입성한 80명과 자신을 미워하는 김무성를 비롯한 30~40명에게까지 ‘인간적인 메시지’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향후 그림은 청와대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 속단할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탄핵쪽으로 급류를 타고 있다. 야권 3당은 30일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은 없다. 늦어도 오는 9일께 탄핵을 강행하겠다”고 못박았다. 나아가 9일 탄핵 표결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규정하고 김무성을 중심으로한 비박계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비박계 일각의 속내는 박 대통령의 3차담화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지만 탄핵 동참엔 크게 변화가 없는 기류다. 담화 이후에도 여전히 고조되는 여론 추이 때문이다.

여야와 정파간 이같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이면은 과연 무엇일까. 야권은 박근혜정부의 퇴진 직후부터 펼쳐질 대선가도에서 여론의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는 반면 궁지에 몰려 허우적거리는 집권측은 사분오열 가운데서도 진영 또는 각개약진을 통해 또다른 생존의 길을 트려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축에선 제3지대론을 염두에 두면서 또다시 개헌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복잡한 형국이다. 국민들의 눈엔 대국민 ‘쇼’일 뿐이다. 200만 촛불앞의 막다른 골목에서 ‘죽은 척’하는 꼼수라는게 또 다른 비판여론이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이 시점, 원점에서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박 대통령의 올해 나이는 64세. 10년후엔 74세다. 100세 시대의 현실에서 74세라는 ‘상대적 젊음’에도 ‘최고 원로’ 그룹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파면’을 당하는 탄핵이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커녕 국민으로부터 완전 ‘버림받은 노인’으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국회에서 정략을 배제한 조속한 여야합의 또는 박대통령 스스로 새로운 결단을 통한 ‘진실한 하야’가 시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3차 담화이후에도 성난 민심은 ‘300만 촛불’을 예고하고 있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떠나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뿐만 아니라 ‘그래도 끝은 정직한 지도자’라는 울림과 반추를 기대하는 국민들도 많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청와대 출입기자인 필자 역시 춘추관에서 찍은 빛바랜 기념사진을 보면서 ‘인간 박근혜’를 반추해 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한 시대의 ‘실패한 지도자’라고 해서 영원히 실패한 지도자는 아닐 것이다.

김두수 정치경제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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