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따끈한 두부 한 모

 

필자는 일 주일에 두서너 번은 마트를 다닌다. 남들보다 시장을 자주 다니는 편에 속한다. 남편은 시간이 난다면 시장 볼 때 자주 따라가 주는 편이다. 신혼 때는 마지못해 따라다니고 무엇을 사든 상관 없이 카트만 밀고 다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시장 보는 것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분석해 보니 시식코너를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아빠! 그만 좀 드세요” 라며 핀잔을 줘도 이것저것 시식을 한다. 이것은 사고, 저것은 사지 말자며 자신이 생각해 둔 품목을 바꾸기도 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유돼 있어
갱년기 여성에 더없이 좋은 식품
단백질·칼슘 많고 칼로리는 낮아

시장보기에 달인이 되어가는 남편이 요즘 꼭 사는 품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매장에서 바로 만들어 판매하는 ‘즉석두부’.

“여기 두부가 제일 맛있어요” “검은깨두부랑 야채두부가 참 고소하고 맛있어요”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하게 준비된 두부를 시식하면서 판매원에게 칭찬까지 해주면서 전통방식의 하얀 두부를 구매한다. 그리고는 주부라도 된것마냥 “비지도 한 움큼 주실 수 있죠?”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 순간이면 필자는 웃음을 참으며 묵묵히 쳐다보기만 한다. 아이들은 또 두부를 사왔다며 투덜대겠지만….

두부는 가장 대중적인 가공품이 아닐까. 약방의 감초처럼 단독요리나 부재료 또는 어떤 요리에도 부담감 없이 이용되는 식품이기도 하다. 두부에는 ‘밭에서 나는 소고기’로 알려진 콩의 유익한 성분이 그대로 들어있다. 콩이 두부로 만들어지는 동안 모든 영양성분이 콩보다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바뀐다.

두부의 영양적인 가치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유익한 영양소로는 아시다시피 단백질이 풍부하다. 풍부한 라이신(lysine) 등 다른 곡류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있다. 그래서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한 식품과 혼합해 먹으면 영양적인 면에서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콩밥을 싫어하거나 콩반찬을 싫어하는 가족이 있다면 흰쌀밥에 맛있는 두부요리를 곁들이면 영양적으로 우수한 식단이 될 수 있다.

또 두부 단백질 중에는 비교적 다량의 이소플라본(isoflavone)이 함유돼 있다. 이것은 대두(大豆)에서 유래된 물질로,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과 유사한 구조와 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소플라본은 골다공증 및 폐경기 증후군 등의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년기를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더없이 좋은 식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두 번째로는 칼로리가 낮다는 점이다. 식물성단백질 식품으로 지방함량이 낮은 편이며 식이섬유질이 풍부해 활동량이 줄어드는 추운 겨울 체중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마지막으로 두부는 칼슘의 보고(寶庫)다. 지난 달 필자는 뼈 건강을 위해 우유를 통한 칼슘 섭취 중요성을 말씀드린 적이 있다.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 등 우유를 통한 칼슘 섭취가 힘들다면, 두부를 통한 칼슘 섭취도 우리 몸의 치아와 뼈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두부는 이처럼 가격은 저렴하지만 영양적인 가치는 높다. 생(生)으로 먹거나 찌개, 국의 재료로 이용되고 부침, 샐러드 등 다양하게 조리해 섭취할 수도 있다. 두부는 구매를 한 뒤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사용하다 남아 보관해야 할 경우에는 차가운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밀폐시키면 신선함을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깨끗한 물에 넣으면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을 볼 때마다 두부를 구매하는 남편을 말리지 않는다. 며칠만 있으면 김장 담그기를 도와드리러 시댁으로 간다. 김장하는 날은 수육만 준비하곤 했다. 올해는 김장김치와 찰떡궁합이 되는 따뜻한 두부를 준비해서 가족들의 건강을 두 배로 챙겨볼까 한다.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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