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의 달콤한 고독…상념도 분노도 하얀 포말 속으로 흩어진다

▲ 울산의 겨울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한가하고 여유롭다. 언제부턴가 말린 가자미가 통실통실 맛진 향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정자항 건어물 판매장 드론 촬영.

울산의 겨울바다는 새벽으로부터 온다.
오징어잡이 배가 불을 밝혔던 동해바다는 충혈된 빛으로 여명을 부른다.

판지마을의 해녀는 소름 돋을 바닷물을 물질하더니 돌미역을 걷어 들이고 정자항에 입항하는 고깃배 꽁무니에는 허기진 갈매기 중대가 뒤따른다.
정자 어판장에서 경매가 시작되면 나무상자 속 생선들은 더욱 파닥거린다.
주전해변의 앙증맞은 몽돌이 아침 햇살을 받을 때면 언제부턴가 말려둔 가자미가 통실통실 맛진 향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겨울바다가 진하해수욕장에도 더욱 하얀 포말을 뿌릴 무렵이면 여름끝자락에 명선도를 병풍삼아 파도를 타던 서퍼들이 더욱 신명난다.
시인 김남조의 ‘겨울 바다’에는 ‘미지의 새’가 죽고 없다.
그 바다엔 사랑의 기쁨도, 가버린 작은 고독도 바람에 흩날린다.

살 속을 파고드는 ‘매운 해풍’까지 불어 자신을 지켜주고 지탱하게 했던 사랑도 가버린다.
울산의 겨울바다에는 그 허무와 좌절을 이겨내려는 뜨거운 체온이 끓어올라 살아 숨 쉰다.
겨울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한가하고 여유롭다.
그 누군가에겐 원대한 희망이나 영원한 동경일지언정

엄마의 젖냄새도, 세월의 황량함도 함께 드리워진다.
아! 부질없는 생각들은 이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려라!
그리움이 흩날리는 바다는 분노로 가득했던 계절을 아련한 추억으로 남긴다.

글=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사진=권창기 울산발전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