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영동대로 ‘미래성장동력 챌린지퍼레이드’
6차 촛불집회에 ‘창조경제’ 행사…교통불편 지적도

로봇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심 도로를 달렸다.

3일 오후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앞 영동대로에서 2인승 다목적 차량인 미국 폴라리스의 ‘UTV’가 출발해 2호선 삼성역 방향으로 20m가량을 시속 10km로 움직인 뒤 멈췄다. 차량 조수석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내리자 운전석에 앉아있는 로봇이 보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지능형 로봇 ‘휴보’였다. 휴보는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로,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지고 있어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으며 운전한다.

이어 최 장관 앞으로 날아온 드론이 전해준 스마트워치를 누르자 KAIST의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인 ‘드라이봇’이 현대자동차의 소형전기차 ‘아이오닉’을 몰고와 최 장관을 코엑스 동문 앞까지 30m가량 태워줬다. 그는 “로봇이 운전하는 차를 탄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안전하고 편안했다”며 “앞으로 로봇이 함께할 세상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인차 시연은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에서 진행됐다.

챌린지퍼레이드는 창조경제박람회의 연계 행사로, 미래 기술과 창조경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지능형로봇, 자율주행차, 실감형 콘텐츠 등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KAIST 교수는 “스스로 가는 자율주행차도 있지만, 미래 세상에는 로봇이 일반 차량을 운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로봇 연구는 상용화로 도약하는 단계에 있다”며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아이오닉을 직접 타보니 미래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운전석에 탄 드라이봇은 두 팔로 핸들을 잡고 다리로 페달을 밟으며 시속 10km로 천천히 100m가량을 움직였다. 동승한 KAIST 연구원은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대로 차량을 움직이고 멈춘 것”이라며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는 등의 동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영동대로에는 미래의 화성 기지를 상상해 표현한 부스가 마련됐고, 여기 물건을 배달하는 할 수 있는 전기차도 전시됐다.

라바, 라인프렌즈 등 국산 캐릭터를 찾는 ‘챌린지 고’라는 AR(증강현실) 게임의 시연행사도 마련됐다. 코엑스 맞은편 현대자동차 신사옥 부지에는 스크린을 설치해 홀로그램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파사드’도 선보였다. 코엑스 1층 B홀에는 3차원 디스플레이, 환자 이송기기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됐다.

고경모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챌린지퍼레이드는 지난해 행사보다 산학 협력 사례를 확대했다”며 “미래성장동력 분야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신산업분야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챌린지퍼레이드는 자율주행차가 연구소나 시험 주로가 아닌 도심 도로를 최초로 달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올해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여파로 ‘창조경제’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다 6차 주말 촛불집회와 사전행사가 열리는 시간대에 퍼레이드가 마련돼 교통불편 목소리도 나왔다.

미래부는 “지난해 12월에 행사를 기획해 총 360일간 48개 산학연 학생과 유관기업 인력 430여 명이 준비한 만큼 계획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행사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9호선 봉은사역에서 2호선 삼성역으로 가는 영동대로 편도 600m 구간은 교통혼잡을 빚고 버스정류장이 임시 변경되기도 했다.

코엑스 앞 한 시민은 “근처에 볼일이 있어 아이와 함께 대구에서 올라왔는데,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의 위치가 알던 곳과 달라져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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