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표결까지 일주일간 與·野·靑 피말리는 수싸움

‘운명의 일주일’이 다가왔지만 정국의 기상도는 여전히 안갯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미 활시위를 떠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 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3당은 3일 새벽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했다. 국회법에 따라 오는 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탄핵안은 5일 안에 판가름나게 된다.

문제는 탄핵안이 가결정족수(재적의원 300명중 200명)를 채울 수 있느냐이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이 172명이어서 새누리당에서 최소 28명이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탄핵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점이다. 탄핵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 정지에 들어가고, 이후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할 경우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부결될 경우 탄핵안을 발의했던 야3당으로서는 지지층으로부터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만 준 ‘무능한 정당’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탄핵안 처리에 반대한 새누리당이다. 청와대로 향했던 민심의 분노가 새누리당으로 향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겠지만 조기 하야(下野)를 요구하는 민심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피 말리는 수싸움에 들어갔다.

◇朴대통령 4월 퇴진 밝힐까 = 새누리당 비주류는 ‘4월말 퇴진-6월말 대선’을 제안하며 탄핵 추진에서 긴급히 ‘유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4월에 자진해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만 밝힌다면 굳이 탄핵이 필요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어차피 탄핵이 박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것인 만큼 목적만 달성한다면 탄핵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또 탄핵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도 헌재가 법적 다툼이 있는 사항을 판단하느라 권고 규정인 6개월의 심리 기간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오히려 자진 사퇴보다 못할 수 있다는게 비주류 의원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비록 비주류가 사퇴선언과 함께 2선 후퇴까지 이뤄져야 한다고는 하지만 일단 사퇴선언만 한다면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충족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1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이 같은 제안을 내놓던 날 주류와 비주류는 의원총회에서 이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벼랑 끝까지 몰린 박 대통령 역시 지난달 27일 국가 원로들도 제안했던 이 같은 요구에 친박계 핵심들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제3차 담화에서 구체적인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이를 계기로 추가적인 입장표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박 대통령이 비주류 의원들과의 회동을 검토 중인 것도 이와 맞물려 주목된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여야의 합의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여당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힐 경우 야당이 서로 사전에 전략을 짠 것 아니냐고 반발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야당과 합의를 도출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여야 막판 협상 이룰까 = 야권이 새누리당의 제안을 수용하면 탄핵은 무위로 돌아가지만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광장을 메운 민심이 탄핵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현실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적 타협으로 비쳐지는 여당과의 협상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실제로 2일로 공언했던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이후 “왜 탄핵 추진에 미적거리느냐”는 비판여론에 직면해있는 터라 여당과 타협할 여지는 더욱 줄어든 모양새다.

문제는 탄핵에 동참하기를 기대하는 새누리당 비주류가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시기를 공개적으로 표명한다면 비주류의 상당수가 탄핵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비주류가 탄핵에서 돌아서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데도 탄핵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회의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탄핵안 부결을 무릅쓰고라도 추진했을 경우 비록 부결되더라도 그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리면서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 그러나 ‘무능한 야당’이라는 지적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고,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도록 협상을 걷어차고 서두르기만 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묻어난다.

박 원내대표는 2일 “박 대통령이 내주 중 퇴진을 명시적으로 밝혔을 때 우리당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며 “과연 탄핵안을 표결할 것인가, 표결해서 부결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린 어느 진로로 가야 하나 등을 잘 생각해서 효과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 비주류 표결 동참할까 = 비주류는 이미 균열상을 보이고 있다.

4월 퇴진시한을 제시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다면 탄핵까지 가는 데에는 부정적이다.

반면, 비주류의 또 다른 유력 정치인인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한다고 해도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탄핵 표결에 찬성하겠다는 강경론을 피력했다.

비주류의 의원들은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입장차 만큼이나 ‘반분’된 상태로 볼 수 있다. 탄핵안 표결에 가도 가결에 필요한 200명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는 탄핵D데이인 오는 9일 본회의 표결에 아예 불참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 표결까지 일주일 동안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여야의 막판 협상 등 변수에 따라 비주류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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