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에 따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전 발송과 조문단 파견은 남북관계 진전에 일단 청신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정 명예회장 개인에 대한 조문형식이지만 분단이후 처음 이뤄지는 일로서 북측으로서는 최고의 예우를 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북측의 이같은 특례적인 조문은 그러나 엄격히 얘기해 개인의 사망에 대한 애도를 표하기 위한 것이어서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사절단을 보낸 사실 자체가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북측 조문단의 첫 서울 방문은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무기한 연기되고, 게다가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논의에 별달리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등 현재의 남북관계가 순조롭지 못한 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북측의 조문단 파견이라는 "특별한 사건"은 향후 남북간 "조문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조문 왕래"라는 새로운 남북간 접촉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때 남한이 조문 불허 결정을 내려 첫 조문이 좌절된 것과 달리 이번 정 명예회장의 사망때 북측이 조문단을 서울에 보냄으로써 북측의 이미지 변화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수교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의 고위인사들이 사망했을 경우에도 조문단을 파견하는 일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문 사절 파견은 그 의미와 영향을 다소 크게 평가해도 무리는 아닐것 같다.  김 위원장이 남측인사의 사망에 조전을 보내고 사절단을 보낸 것은 김 위원장과 정명예회장 사이의 각별한 인연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세 차례나 김 위원장을 만났고 이에앞서 지난 89년에는 김 주석과도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회장과 김 위원장 부자의 만남과 인연, 정 회장의 별세와 김 위원장의 조문이 현재 자금난으로 삐걱거리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현대의 대북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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