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의 탄탄한 연기력과
아날로그 감성의 올드팝 등
시청률 20% 넘기며 상승세

▲ SBS TV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쭉쭉 뻗어 나가고 있다. 사진은 ‘낭만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들.

SBS TV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쭉쭉 뻗어 나가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이래’ ‘구가의 서’ 등을 히트시킨 강은경 작가의 단단한 필력이 대들보가 되고, 타이틀 롤을 맡은 한석규의 꽉 찬 연기력이 화면을 장악한다.

드라마는 낭만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허공에 뜬 판타지보다 더 얄궂은 게 낭만일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 낭만에 마음을 내줬다.

아직 신드롬까지는 아니다. 요란하게 활활 타오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시청률 20%를 넘어섰으니 연구 대상이다.

아마도, 다른 배우가 김사부를 연기했다면 지금처럼 김사부가 낭만적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1990년대를 절정에서 풍미한 한석규가 김사부를 맡았기에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시계의 바늘도 살짝 뒤로 돌려놓고, 그가 이끄는대로 디지털에서 빠져나와 아날로그의 감성에 취할 준비를 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최첨단 의료기기가 발달한 오늘을 무대로 하지만, 김사부는 현재의 속도계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

그는 몇 대 때려줘야 작동을 하는 ‘석기시대’ 의료기기와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귀신같은 수술 솜씨를 발휘하며 오로지 의사의 본분에 충실한다.

한석규가 지핀 낭만의 불씨는 올드팝을 만나 기세좋게 파다닥 타오른다. 드라마의 주제곡인 빌리 조엘의 ‘더 스트레인저’(1977)를 비롯해, 마돈나의 ‘머티어리얼 걸’(1984), 비틀스의 ‘헤이 주드’(1968)가 적재적소에서 울려 퍼지면 시청자의 마음은 속수무책 노글노글해진다.

이들 올드팝은 낭만과 동의어인 추억을 소환하며 드라마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러한 착각이 동력이 돼, 누구나의 가슴 속에 숨어있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꺼내보기 힘들었던 낭만 바이러스가 조금씩 안방극장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의사가 되기까지 ‘수석’ 타이틀을 유지해 자신만만한 ‘애송이’ 강동주를 향해 김사부는 “일하는 방법만 알고 일하는 의미를 모르는데 그게 의사로서 무슨 가치가 있겠냐”며 일갈한다.

빈부의 양극화 속 이기적인 엘리트가 넘실대는 세상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타적인 한 천재의 활약을 통해 잠시나마 시청자가 위안을 얻는 시간을 준다.

사적인 의리와 사적인 낭만이 빚어낸 참사를 지켜보며 가슴에 구멍이 뚫려버린 시청자의 마음을 김사부가 달래주는 것은 진짜 낭만이 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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