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량주(양산) 영취산에 낭지라는 스님이 있었지. 암자에서 법화경을 설하고 신통력이 있었지만 그가 누군지는 몰랐대. 하루는 지통이라는 어린 중이 까마귀의 속삭임을 들었지. 까까 까까옥 까옥까옥. 지통은 까마귀의 전언-영취산에 가서 낭지의 제자가 되어라-을 알아듣고 그 산을 오르다가 한 거지를 만났지. 근데 그 거지가 지통에게 계를 주곤 사라지거든. 지통은 그가 보현보살임을 알았고 그 후 깨달음을 얻었지.

지통은 그 산에서 만난 한 스님에게 물었지. 낭지 스님은 어디 계십니까? 스님이 되물었어. 낭지는 왜 찾느냐? 까마귀가 만나 뵈라고 합디다. 내가 낭진데 좀 전에 까마귀가 이르더라. 산을 내려가서 거룩한 이를 맞이해라. 그래서 왔지. 까마귀가 널 오게 했고 내가 맞이하니 우리 인연이 복되구나. 지통은 낭지에게 귀의했지. 낭지가 계를 주려 하자 동구나무 아래서 이미 보현보살의 계를 받았다고 하거든. 그분의 계를 친히 받았다고? 난 밤낮 정진하며 염원해도 여태 맹탕이었는데 그 나이에 계를 받다니. 난 뭐지? 낭지는 지통 앞에 엎드려 예를 표했지. 지통이 영취산에 온 것이 문무왕 원년(661년)이니, 그때까지의 나이를 짚어보면 135년이라나. 낭지의 처신은 혜안에서 나온 겸손이었어.

낭지는 당나라 청량산을 하룻저녁에 다녀오곤 했는데, 그곳 스님들은 믿기지가 않거든. 그 절에서 스님들에게 명령했어. 모두 자기가 사는 데로 가서 이름난 꽃과 진귀한 식물을 가져오너라. 이튿날 낭지가 좀 전에 꺾은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흰구름을 타고 왔지. 한 스님이 놀라워하며 말했어. 이 나무는 서천축과 해동의 두 영취산에만 납니다. 거긴 보현보살님이 사시는 데니 이분은 성자가 분명합니다.

세상을 뒤덮는 하얀 첫눈이 내렸으면 좋겠어. 예부터 우리 민족은 흰빛은 하늘의 마음이요, 검은빛은 그 전령의 모습이라 했거든. 고구려의 상징도 삼족오(세발까마귀)잖아? 까마귀가 높이 날기에 하늘의 메시지를 전하는 새로 받들었고. 까마귀의 말을 알아들은 낭지는 하느님과 소통한 승려인 게지. 그게 바로 신통(神通)이란다.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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