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00조원대 ‘슈퍼예산’에도
장애아동 보육료는 10년째 동결
정부 책정가의 69% 수준에 그쳐

▲ 백운찬 인애복지재단 대표

지난 3일 2017년 대한민국 나라살림 규모와 계획이 정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기준 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400조5000억원으로 전년인 올해 예산안 기준 총지출(386조4000억원)에 비해 3.6%(14조1000억원) 증가한 ‘최대한 확장적 예산’이라 한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하니 말 그대로 ‘슈퍼 예산’으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슈퍼 예산’이기에 더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계층이 바로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족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장애아동 보육종사자들이다.

장애아동 보육은 일반 영유아들이 받고 있는 보편적 보육과 장애가 있기 때문에 받아야하는 특수한 보육의 영역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장애아동에게 주어지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개별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아동들 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장애아동 보육료는 84만원이다. 이 비용에는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장애아 표준 보육료를 100으로 봤을 때 69%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즉, 장애아보육료는 현재 정부가 스스로 책정한 가격의 69%만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영유아 보육료는 표준보육료 대비 약 94~97%가 지원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장애아동보육료는 일반아동 비율보다도 훨씬 낮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렇지 않은 일반 아동들보다 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주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아동들 보다 더 많은 예산과 우선적인 지원을 해야 함이 상식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매우 유감이다. 장애아 보육료와 일반아동 보육료의 비율 차이가 많이 나니 30% 정도는 인상해야 하며 연차적으로 10%씩 인상해 일반보육과의 형평성이라도 맞춰주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요구를 10년 째, 기획재정부는 외면해 왔다.

이에 국회보건복지상임위 의원들이 이 문제점을 제기해 다시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 예산 챙기기에 바빠 논의도 하지 않은 관심 밖 예산이 됐다.

2017년 장애아보육료는 10년 째 정가의 69% 가격으로 동결됐다. 유감인 것은 장애아보육료가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중 극히 일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런 예산이 제출되었는지도 모르고, 설령 알았다 해도 자기 지역 예산이 아니기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으리라 하는 것 때문이다.

장애아보육료를 31% 인상한다 해도 110억 규모인데 그 돈이 없거나 도저히 편성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표와 직접 연관성이 없으니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투표권도 없고 그 수도 미미한 특수한 상황에 있는 장애아동에 대한 예산은 누가 관심을 가져 준단 말인가? 해당 부처에서 예산안을 올리면 기획재정부에서 편성도 하지 않고, 국회보건복지상임위에서 올리면 전체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못 받으니 제외되고, 도대체 힘없고 표 없는 가장 취약계층인 장애아동들의 권리는 누가 지켜줄 것인가?

환란의 시기, 모든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답답함과 울분에 휩싸여 있을 때, 스스로 심부름꾼이라 자처했던 우리들의 공복들에 의해 내년도 나라 살림은 결정됐다. 그들만의 판단에 의한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로 전락한 나라 살림은 소외된 곳, 소수자의 목소리는 무시된 채 조용히 처리됐다. 나라살림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일반 국민일 뿐인데 그 결과는 가혹하고 무겁고 직접적이니 이 또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뽑은 우리의 공복들이 주인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기보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정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 힘없고 목소리 또한 미약한 장애아동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의 한해는 더 큰 고난을 예고하고 있다. 정가의 69%, 장애아동 보육과 그 일을 하는 가치는 언제까지 69%여야 하는가?

백운찬 인애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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