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탄핵정국, 그 이후는…
정치권은 촛불에 끌려다니지만 말고
확고한 정치일정으로 국민 이끌어야

▲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2016년 12월 첫째주는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한 주일이 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임명되어 업무를 개시하고, 국회는 ‘최순실 국정조사’를 시작할 뿐만 아니라 12월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특히 지난 주말 사상 최대의 인파가 박근혜 정권에 대한 항의시위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 비주류가 무조건 탄핵표결 참여로 선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탄핵과 하야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문제점은 기간의 문제이다. 탄핵의 경우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심판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하야는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60일 이내의 시간이 후보 검증과 선거 진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대행체제의 정당성 문제이다. 지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하여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맞게 된 데에는 현 황교안 총리를 비롯하여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잘못도 매우 크다. 그들의 무능과 타락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이렇게 무능하고 한심한 황교안 총리 체제를 권한대행체제로 끌고 갈 때 상당한 기간 동안 국정이 표류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상황이나 대통령 궐위 시, 중간에 총리를 교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하야를 포함한 정치일정에 관한 협의를 통하여 여야 간에 합의를 이끌어내고, 책임총리 선임, 합의된 시점에 대통령 하야 단행 등의 순서를 밟아 나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탄핵정국으로 들어섰다.

실제로 12월9일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는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온갖 협박과 회유에 시달릴 것이다. 친박세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탄핵소추안 찬성이 199석 이하로 나오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야당은 해법이 있는가?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실패하면 그 때에도 새누리당 비주류만을 탓할 것인가? 그리고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면 그 이후의 정치일정에 대한 대강의 개념이나마 가지고 있는가? 국민들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안개정국 속에서 경제도 엉망인 상황으로 내몰리도록 정치권은 두 손 놓고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대행체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묘책은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 없이 탄핵을 추진했다면, 그 정파는 극도로 무책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월23일 CNN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는 이유를 대통령의 면책특권, 정치적 후계자 부재로 인한 자기파벌의 존립 위기, 여당의 대통령 방치,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야당의 나약함, 그리고 부전여전의 가계 내력 등 다섯 가지로 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 여당의 대통령 방치와 야당의 무능이다. 지금의 촛불집회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언제나 촛불 뒤에서 그저 끌려다닐 뿐 상황을 전혀 주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지금이라도 모든 정파는 분명한 정치일정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라. 매 주말마다 정치인들이 촛불집회에 나가 자신들의 선전에만 열을 올리는 광경에서 미래 지도자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차라리 차분하게 의사당에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탄핵과정이 진행되거나 하야사태에 직면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논리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라. 그저 국민들의 촛불집회에 편승하여 표를 얻기 위한 정치놀음만 할 때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탄핵이 정치권 전체에 대한 탄핵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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