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식 디지털조이미디어 대표 본보 14기 독자위원

‘모던 타임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찰리 채플린은 1931년에 한 신문기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실업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계는 인류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지 그것이 비극을 불러오고 일자리를 빼앗아가서는 안됩니다.” 채플린은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자본주의의 논리가 빚어낸 문제(가난, 실업, 경제적 양극화, 기계의 횡포 등)를 코미디로 보여 주면서 전 세계의 공장에서 일하는 수백 만 노동자의 비인간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산업혁명, 기계, 공장…’ 과거 우리는 소품종 대량 생산의 시대에 살고 있었는데 과연 그때의 생산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몰개성의 대량 생산 시대, 빠르게만을 외치던 그 시대의 노동자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처럼, 거대한 톱니바퀴 속 부속품처럼 그렇게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아 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러한 시대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 일조한 단체로 ‘독일공작연맹’이라는 단체가 있다. 미술의 실생활화와 기계 생산품의 미적 규격화 등을 주장한 단체로 생활 속에 미술을 도입하자는 영국의 시인이며 공예 미술가이자 건축가인 W.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에서 영향을 받았다. 모리스는 산업혁명의 기계만능주의가 결국은 생활 속의 미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가구·집기·옷감 디자인·제본·인쇄 등 응용미술의 여러 분야에서 수공업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회복시키려고 중세적 직인제도(職人制度)의 원리에 따른 공예개혁을 기도했다. 또 모리스의 노력은 미술공예운동으로 발전했으며 이것이 바로 독일공작연맹의 핵심 사상이 되었다.

독일공작연맹의 주장으로 미술과 근대 공업이 결합한 공업디자인의 기초가 마련되었으며, 규격화된 기계 생산품의 질적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우리는 대량 생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을 고려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미술공예운동과 독일공작연맹의 사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존 러스킨’도 뺄 수 없다. 산업혁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은 그의 저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에서 애덤 스미스부터 토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로 이어진 자본주의 정통 경제학의 전제 조건들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그는 고용주와 노동자를 포함한 경제 주체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정의와 애정’이라고 주장하는데, 그의 ‘진짜 경제학’은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물건을 열망하고 그 때문에 일하도록, 그리고 파멸로 이끄는 물건을 경멸하고 파괴하도록 국민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얼굴의 경제학,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경제학을 중시한 러스킨. 적층제조와 디자인의 적용을 의미하는 DFAM(Design For Aditive Manufacturing)은 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궁극적으로 인간의 편의를 위한 휴머니즘적 산업 기술이며 따라서 가치 있고 유의미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DFAM은 인간을 위하며, 기계와 인간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고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한 산업, DFAM. 3D프린팅 산업의 태동기인 지금, 우리는 독일공작연맹과 존 러스킨의 주장을 계승해 엔지니어 육성 과정부터 휴머니즘이라는 가치로 시작해야 한다.

이경식 디지털조이미디어 대표 본보 14기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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