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사이 울산지역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정규직 근로자의 감소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울산의 고용여건이 최악이라는 말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8월 기준 울산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13만8000명이 됐다. 1년 전보다 무려 2만3000명(20.1%)이나 늘었다. 전국 평균 증가율 2.8% 보다 7배 이상이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5개 계열사의 총직원수는 3만3687명으로 1년새 10.9%(4110명) 감소했다. 5개 계열사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13.4%(3660명)로 가장 많은데 비해 현대미포조선은 143명(4.0%)으로 가장 적었다. 세계적 조선경기 침체 속에서도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노조의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회사와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달 30일 독일 버나드슐테(Bernhard Schulte)사로부터 LNG벙커링선 1척을 수주했다. 이 계약식에 강원식 노조위원장이 동행했다. 그는 “노사가 화합해 최고의 선박을 만들테니 발주를 더 많이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선박 수주에 노사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지난 9월 기본급 동결을 내용으로 하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그룹 내에서 가장 먼저 타결하며, ‘20년 무분규’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회사의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위기상황에서 일감 확보를 위해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노사 공동 수주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구조조정 반대 등을 이유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들어 15번째 파업을 강행했다. 금속노조 재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회사 현안과 관계없는 정치파업 논란 등으로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잦은 파업은 품질 저하와 공정 차질을 초래하고, 선주들의 신뢰 하락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 현대중공업의 10월까지 수주 실적은 61억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4%나 줄었다. 생산 야드가 비어가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울산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이라는 사회적 사명감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 현대미포조선 노조에서 배울 것이 많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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