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국제세미나

2020년 개관 앞두고

전시·운영 방향 논의

▲ 2020년 개관할 울산시립미술관 전시운영 관련 국제세미나가 국내외 전시·운영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시청 시민홀에서 열렸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미술관은 ‘기억의 보관창고’이자 ‘현재진행형의 문화예술을 포착해 관객들에게 제안하는 실험실’이다.”(하세가와 유코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예술감독)

“미술관은 내부 콘텐츠를 외형으로 표현하는 공간이자 누구나 공유하는 곳으로 인식하도록 디자인 돼야 한다.”(토비아스 버거 홍콩 타이관 예술감독)

6일 울산시청 시민홀. 울산시가 개최한 국제세미나에서 2명의 해외 미술관 예술감독은 2020년 개관할 울산시립미술관을 위해 각각 이같은 도움말을 들려줬다.

하세가와 유코 예술감독은 “미술관은 컬렉터, 전람회, 아트마켓 등 도시의 미술문화 생태계를 분석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소장품 교환 전시와 큐레이터 간의 교류 등 또다른 미술관과 경험과 지식의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울산시립미술관 예정부지(울산 중구 원도심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접근성’에 대해서도 “‘열린 미술관’이라 함은 그저 접근성이 좋다거나 관객 서비스가 세심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이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만남과 협동, 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울산시립미술관의 본보기로 평가돼 온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근무했던 경험에 비춰 “개관 5년 전부터 전문 학예사를 채용해 건축가와 내부 관계자가 미술관의 콘셉트와 프로그램, 수장품의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발표자인 독일인 토비아스 버거씨는 경찰서를 복합문화센터로 리모델링한 홍콩 타이관(大館·2017년 갤러리 개관예정)의 현 예술감독이자 홍콩 서구룡문화지구의 핵심이랄 수 있는 엠플러스(M+·2019년 개관예정)의 전 큐레이터였다. 두 공간은 단순 쇼핑과 유흥 중심의 홍콩 이미지를 ‘아시아의 문화허브’로 전환시키려는 국가정책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는 “미술관 건립을 앞둔 울산시는 세계적 미술관을 꿈꾸기 보다 울산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을 계획하되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제언했다. 이어 엠플러스의 사례를 들어 “건축물 준공이나 정식 개관 일정과는 별개로 이 미술관은 이미 수년 전부터 홍콩 전역을 무대로 공공 전시·체험행사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미술관 건축물 건립사업에만 중점을 두지말고 그에 앞서 전문 학예팀부터 구성해 교육, 학습, 전시, 소장품 구매 등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초청됐지만 두 사람의 발표 내용 중에는 공통점도 나타났다. 세계미술의 흐름이 유럽과 미국에서 점차 아시아권의 현대미술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현대는 세계 곳곳 어디서나 문화중심이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고 아시아, 그 중에서 울산 또한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안으로는 시각예술의 저변확대를 도모할 지역 최초의 공공미술관으로, 밖으로는 세계문화지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시간에는 △‘커미션 워크(Commission Work·미술관 공간에 맞춰 사전 주문 제작하는 작품)’ 추진 △소장품 구입을 위한 기금 마련 등의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한편 울산시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조례’의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미술관 건립을 위한 행정적 걸림돌을 없애는 등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부지를 현재의 역사공원에서 역사문화공원으로 변경지정하면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문화시설 건립이 가능해진다.

오는 8일에는 미술관 건축물 설계공모 2단계 심사가 이뤄진다. 중부도서관 건물을 2017년 상반기에 이전하며 북정공원의 수목과 시설물을 이전 및 철거한 뒤 2017년 12월까지는 부지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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