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광 남목고등학교 교사

지난 한달 간 우리나라는 전무후무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국민들은 벌써 5주 이상 토요일마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매번 최대 인원을 경신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까지 떨어졌으며 헌법상 권한으로 인해 재직 중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았을 뿐,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우리는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을 하였고 당연히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제도들로 국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수록 오히려 법률과 제도들이 기득권층의 이권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로 기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 사건 후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필자는 학교에서 생활과 윤리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고 정치권력에 관련된 단원을 이미 학습한 상태였다.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질문을 하는데 책에서 나온 내용과 현실이 너무나도 달라서 학생들의 질문을 해결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일반 국민은 범죄를 저지르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죄가 확정되면 벌을 받는데, 왜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는 받지 않더라도 조사까지 거부하는가? 일반 국민도 범죄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검찰에서도 받아주는가?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은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대상일 뿐인데 왜 이렇게 위임된 권력을 되찾기가 힘든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긴 한 건가? 대통령은 이미 국민과의 약속을 져 버렸다. 민법상 개인사이의 계약 위반은 필히 손해배상을 야기하는데 왜 대통령은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려도 처벌이나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가? 학생들의 까다로운 질문이다.

우리는 이런 내용을 교과서를 통해서 배우고 학교에서 시험을 치고 우리 사회가 정의롭다고 학습했는데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너무 현실과 괴리되어서 어느 것 하나 학생들의 질문을 해결하긴 쉽지 않았다. 분명 우리는 로크가 국민주권론에서 “시민이 계약에 의해 정부를 조직하여 그들의 권리를 신탁하게 되는데 만약 정부가 신탁을 배신하고 시민의 자연권을 침범한다면 시민은 정부에 저항하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주장한 것을 안다. 우리는 학교에서 이러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사회가 좀 더 민주적이고 건강해야 우리의 후대가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거라 강하게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당한 권력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국가가 안정되고 국민들의 삶이 즐겁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은 국가 권력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결국 작금의 사태는 어른들의 탐욕과 무지가 만들어낸 괴물이 아닌지 스스로 다시 한번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박대광 남목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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