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가 28년전으로 되돌아갔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가 열린 6일 TV를 통해 ‘역사의 후퇴’를 하루 종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988년 그 자리를 메웠던 기업총수들을 대신해 일부 2세들로 얼굴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국회의원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비롯해 최씨 일가에 대한 금전 지원이 청와대와의 검은 뒷거래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을 했지만 총수들은 청와대의 지시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강요’ 정황을 시사하면서도 금전의 대가 관계는 부인했다. 9명의 기업총수들이 한꺼번에 청문회장에 불려 나왔으나 건진 것은 별로 없었다. 특히 집중 질문을 받은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모른다’ ‘죄송하다’ ‘앞으로 잘 하겠다’라는 답변만 계속했고 의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한 세대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권력과 재벌의 고질적인 유착이 여전하다는 것만 확인한 셈이다. ‘재벌도 공범’이라는 촛불 민심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6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불러 “탄핵 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탄핵 표결 전에 4차 담화를 통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3차 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겼는데 논의에 진전이 없었고, ‘4월 퇴진’ 당론을 수용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결과적으로 9일 탄핵 표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나름의 설명도 했다.

이제 박 대통령의 퇴진은 법적 절차에 맡길 수밖에 없고, 탄핵소추안의 가결여부와 상관없이 정국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탄핵의결 후 국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곧바로 정지되고 황교안 권한대행체제가 된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6개월이상 걸릴 수도 있다. 부결되면 더 큰 혼란이 우려된다. 분노한 민심이 탄핵부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은 탄핵과 관련해 손익계산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차기 대선의 실리를 생각하고 당리당략에 매몰된다면 곧바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들을 안심시킬 국정로드맵의 제시다. 정치권력과 대기업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더이상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흐르게 해서는 안된다는 정치권의 사명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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