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밥 잡샀는교?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경상도에서 평생을 살고 계시는 부모세대는 이웃사람을 만나면 “밥 잡샀는교?”라고 첫인사를 했다. 이 말속에는 ‘밤새 안녕하셨느냐’는 안부의 뜻이 있고, 가난한 시절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행여 밥을 굶지는 않는지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다. 또 형편이 넉넉지는 않지만 이웃과는 밥 한 톨도 나눠먹는 나눔의 정(情)도 있고, 집집마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살면서 허물없이 지내며 살아가는 믿음의 의미도 있다.

요즘 주말마다 촛불시위로 유명한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10월26~27일 제4회 한식의날 대축제가 개최됐다. 한식재단 주최, 대한한식협회 주관, 한국관광공사·농림축산식품부 등 다수의 관공서에서 후원하는 행사였다.

지난 10월 ‘한식의 날 대축제’
호텔현대울산도 출전
경상도 사투리식 이름붙여
재미와 맛 동시에 보여줘
혹독한 과정 거쳤지만

수상으로 후배들에 성취감 선사

우리 호텔도 이번 요리대회 전통요리 부문에 ‘밥 잡샀는교?’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참가했다. 참가하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출전하려고 했다가 갑자기 중요한 행사가 생겨 참가를 하지 못했다.

주제를 잡고 그에 맞게 음식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회사 이름을 내걸고 가는데 대충 갈 수도 없다. 남의 음식을 베껴갈 수도 없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음식을 만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한식을 양식화할 수도 없고 전통 한식을 하지니 너무 뻔 한 음식이 되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주제가 ‘밥 잡샀는교?’이다. ‘청도에 눈이 내리면’ ‘향수 그리고 가족’ ‘언양오일장’이라는 콘셉트로 음식을 만들었다.

한국인에게 밥은 단순히 식사의 의미도 있지만 약속, 안부, 나눔, 베풂 그리고 정(情)의 의미를 고루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메뉴는 경상도를 모티브로 한 음식에 그 이름도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만들어졌다.

테이블 장식은 지금까지 요리대회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는 콘셉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닥종이로 만든 전통 농부인형, 초가집, 감 따는 어린 아이, 떡메 치는 아낙, 지게 진 농부의 소품을 호텔현대경주에 부탁했다. 여기에 농악놀이 음원을 내려 받아 흥을 북돋우는 것으로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음식을 만들려니 참가팀 7명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서로에게 심한 말도 오갔다.

요리공부를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충 음식을 만들고 적당히 흉내만 내서 상을 받으면 참가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회전까지 혹독한 연습을 시키기도 하고 심한 욕설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금상을 수상했다. 그 성취감은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음식에 대한 시각과 열정이 눈빛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상을 받을 때 직원들은 자신이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간혹 요리대회를 참가하면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지역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자신들의 학생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자들을 참가시키고 자신이 심사위원을 맡거나 주최도시 선수에 노골적으로 상을 주는 경우 민원이 난무한다. 주최 측은 예산장난을 치지 말고 심사위원들은 누가 봐도 공정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돼야 요리대회의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오늘의 별미 메뉴 - 해장 하동참게 가리장

가난한 시절 먹을 것이 없을 때 양을 늘리기 위해 밀가루와 들깨가루를 넣고 끓인 민물 참게 해장국.

◇재료: 민물 참게 3마리, 미나리 50g, 양파 2분의 1개, 애호박 3분의 1개, 표고버섯 2개, 토란뿌리 3개, 간 마늘 50g, 방아잎 10g, 팽이버섯 20g, 들깻가루 50g, 콩가루 50g, 고추장 80g, 된장 50g, 고춧가루 30g, 간장 50㎖, 밀가루 100g

◇만드는 법 : 1. 참게는 토막 내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삶은 다음 곱게 빻거나 믹서로 곱게 갈아 둔다.
.2 야채는 적당한 크기로 채 썰어 둔다.
3. 양념(마늘,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간장)을 섞어 다진 양념을 만든다.
4. 그릇에 야채를 깔고 빻아 둔 참게와 다진 양념을 넣고 육수를 붓는다.
5. 어느 정도 끓으면 들깻가루와 콩가루, 밀가루를 육수에 풀어 걸쭉하게 만든다.
6. 농도가 걸쭉해지면 마지막 양념으로 소금, 후추를 넣고 방아잎과 팽이버섯을 올려 마무리한다.
※ 추가로 다슬기나 바지락을 첨가하면 한끼 보양식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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