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너는 우리들의 봄이다
대한민국 대표 발효 식품으로 식이섬유·비타민·무기질 등 풍부
변비·대장암 예방하고 다이어트 효과

▲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안녕하세요? 많이 춥지요? 김장은 하셨어요?”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이렇게 3종세트로 안부를 묻는다. “글쎄요, 날씨는 춥고 김장할 일은 걱정이고 시국은 어수선하니 안녕하지 못하네요.” 뼛속까지 공감되는 대답이다.

며칠전 우리 박가네 가족은 6남매가 친정집에 모여 김장을 했다. 친정엄마, 안오순 표 김장문화가 해마다 지속되어 오니 우리 6남매에게 친정엄마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김장은 단언컨대 ‘종합예술’이다. 김장김치 자체의 맛과 향은 물론이고 그날 날씨, 기분, 분위기 등이 모두 제대로 어우러져야 제 감흥을 준다. 친정엄마가 평소 김장 품앗이를 많이 해둔 덕분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김치를 치대주시니 김장은 오전이면 끝이 난다.

김장의 묘미는 김장이 끝나고 시작된다. 수육을 한 솥단지 삶아 막걸리와 김장김치로 집안은 시끌벅적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거동이 불편하신 동네 어르신들께는 김장이랑 수육을 배달까지 해주니 박가네 김장하는 날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김치 없이는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동네 사람들 틈에 끼여 수육을 싼 김장김치와 막걸리 한 사발에 불콰해진 박가네 셋째 딸은 노래까지 한 곡조 뽑는다.

사춘기 시절에는 ‘시끌벅적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살다보니 언제부턴가 ‘시끌벅적 엄마처럼 살아야지’가 삶의 낙(樂)이 되어 버렸다. 시끌벅적 김장으로 겨울준비는 끝났다. 김장김치는 우리집 겨울철 절반 양식이다. 김장김치만 있으면 아무리 추워도 반찬 걱정 없이 든든하니 효자가 따로 없다.

‘무·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내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마늘·생강·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도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볏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아람·마름도 얼잖게 간수하소.’ 김장은 ‘농가월령가’의 이 구절과 같이 중요한 가정행사다. 김치를 통해 그 속에 담긴 민족정서와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온도가 높을 때 김장을 하면 김치가 빨리 익어버리고, 낮으면 배추나 무가 얼어 제맛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일 평균기온이 4℃이하일 때 김장김치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김장은 열두 달 농사의 완성품이라 할 수 있다. 봄부터 젓갈을 담그고 김장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와 양념을 준비하는데 무엇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맛있는 김장김치를 맛볼 수 없다.

김치는 채소의 소금절임을 의미하는 침채(沈菜)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침채→ 딤채→ 김채→ 김치로 변화하면서 현재의 김치로 불리게 되었다.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음식이며 과학적으로 여러 가지 효능이 입증된 건강식품이다. 김장을 담그는 대부분의 재료가 채소로 구성된 저열량식품으로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의 함량이 높다. 특히 배추와 무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성인병·변비 예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김치에 들어있는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클로로필 등은 항산화작용을 일으켜 노화 억제에 효과가 있다.

 

또한 김치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젖산균을 만들어 낸다. 자연발효된 김치에 포함된 젖산균은 식중독균, 병원균과 같은 유해균의 생육을 억제하고 정장 작용을 함으로써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김치에 들어있는 다양한 영양소는 항암, 면역력 증강, 소화, 스트레스 해소, 피부노화 방지, 다이어트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춧가루에 포함된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함으로써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다만 김치의 최대 단점은 고혈압의 한 원인으로 알려진 나트륨이 상당량 들어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치를 먹을 때는 감자를 비롯해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김장나눔봉사’ 소식을 전해준다. 김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김장을 준비하면서 모두가 즐거움을 함께 만끽한다. 마음의 여유와 이 시간을 기꺼이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솜씨의 좋고 나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해주는 음식은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날씨는 춥지만 맛있는 김장김치로 정을 나눌 수 있어 만들어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따뜻한 봄바람이 머문다. 김장김치는 우리들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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