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국회의사당

▲ 한강에 접한 여의도의 지리 여건상 국회의사당 주변에 숲을 조성해 냉풍을 차단하고 온풍을 유지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냉기지대를 온기지대로 전환시키는 풍수비보 차원에서다. 국회사무처 제공

대한민국 국민들은 개개인 스스로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를 대신해 정치를 잘 해줄 것이라 믿고 맡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는 국회의사당 건물의 발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변 환경조건 개선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전복 모양의 여의도
주변 강물의 유속 느려
바람 안정적인 ‘온풍지대’

한강 하류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유속 빠른 ‘냉풍지대’로
과시욕·헛바람 조장

국회운동장 너머 강변 벚나무
가을·겨울엔 잎 떨어져 찬바람
이 시기에 각종 문제 많이 생겨
상록수로 ‘냉풍막이 숲’ 조성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여의도동)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의 입법부로서, 국민의 행복을 위한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결정으로 민주정치를 이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헌법기관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국회의원들의 공간인 의원회관이 있고 오른쪽에는 도서관과 의정관, 헌정기념관, 사랑채가 있다. 서북쪽을 향하는 출입구에 동남향을 하고 있는 의사당 건물 정면으로는 광장이 있으며 이와 연결된 의사당대로는 일직선으로 길게 한강의 상류 쪽으로 나 있다.

땅의 생김이나 지반구조에 따라 변화되는 물길과 바람 길의 상호관계를 밝혀 좋은 기운을 생활공간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로 동양의 풍수지리 생기(生氣) 이론은 정치·문화·주거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접목되어 왔다. 그 이유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땅과 물, 바람의 역학적 관계로부터 생산되는 바람은 인간의 실생활에 유익함 내지는 불리함을 제공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람의 이동 방향에 영향을 주는 땅은 평지로 보이지만 빗물의 흘러내림이 있는 평지경사지와 경사도 30% 미만의 완경사지, 그 이상의 급경사지로 구분된다. 생기 바람은 온풍(溫風)으로, 그렇지않는 사기(邪氣) 바람은 냉풍(冷風)으로 나타난다. 이들을 구분해 건축물 설계공간에 적용하는 것은 생활이나 업무의 질을 높이는 방편이어서 풍수가에서 추구하는 일이다.

▲ 한강 하류 벚꽃길 아래 둔치 선을 따라 냉풍막이 숲을 조성하면 국회의사당으로 치고 들어오는 찬 바람을 사시사철 막을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위성사진

한국의 전통마을은 상류문화 생활을 누렸던 주거공간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마을의 입지와 건물 배치, 주변공간 설계를 보면 풍수적 자연관 즉, 명당 기운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터가 미래를 말한다>의 저자 최춘기 박사는 ‘홍수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함양 상림숲 비보’ ‘마을의 생기를 보호하기 위한 대구 둔산동 옻골 괴림숲 비보’ 등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안동 하회마을에는 낙동강 하류 쪽에서 유입되는 냉기를 차단하기 위한 송림숲 비보가 있고, 서북쪽 냉한 바람을 막아내는 울산 태화강변 십리대숲 비보 등 전국적으로 그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비보(裨補)는 모자라는 것을 채우기 위한 인위적 행위다.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나쁜 환경 기운을 좋은 환경 기운으로 바꾸려는 풍수적 행위다. 가령 찬바람을 막고 따뜻한 바람을 유지하기 위해 사철 푸른 나무를 심는 행위, 기운을 보호하기 위해 돌탑이나 조형물을 세우는 행위가 해당된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목(木)장승, 석(石)장승이나 마을 수호신으로 불리는 당수나무 등 모두가 풍수적 비보행위에 속한다. 생기로 이해되는 명당 기운을 인위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건물 구조나 주변도로 설계 및 조경, 출입구 위치 선정, 창문 크기와 위치 선정도 명당 기운 확보 차원에서 비보에 해당된다. 보다 나은 주변 환경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회의사당 주변 풍수지 환경을 살펴보자. 첫째, 여의도 땅은 전복 모양을 닮았고, 평지같은 경사지에 해당된다. 전복은 중심 지름이 넓고 양끝 가장자리는 좁다. 이는 중심지역 기운이 더 안정적임을 암시하게 된다. 둘째, 여의도의 절반은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흐르는 한강에 싸여 있고, 나머지 절반은 계류수인 샛강을 경계로 육지 땅이 두르고 있다. 한강과 샛강의 수세(水勢)는 국회의사당 공간으로 생기 바람을 제공하는 명당수(明堂水)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여의도 주변 지척에 퇴적층 섬으로 노들섬, 밤섬, 선유도가 있다. 강물이 흐르는 곳에 퇴적층 섬이 생긴다는 것은 강물의 유속이 가장 느린 지역으로, 그 주변은 바람의 속도가 부드럽고 상대적 안정을 유지하는 온풍지역이 된다. 그래서 그 주위 지역에서부터 도심 발전이 시작되어 크게 성장하는 사례가 많다.

▲ 전복 모양의 땅에 건축된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강 하류 쪽에 토성 울타리를 쌓고 그 위에 방풍림 나무를 많이 심은 조감도이다. 하류로부터 불어오는 냉한 바람막이 숲 비보로 한국의 전통마을에서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여의도 전체를 놓고 보자. 한화그룹 본사 건물인 63빌딩은 한강 물이 흘러들어오는 상류에 위치해 있고, 국회의사당은 그 반대편 물이 흘러나가는 하류 쪽에 있다. 그 중간지역에는 은행과 증권사 등 대표적인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지세를 살펴 여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을 조사 분석해 유추하면 상류 쪽과 하류 쪽 양끝 가장자리와 강의 수면과 접하는 지대는 냉풍지대로, 중심지역은 온풍지대로 판단할 수 있다. 이때 샛강 바람의 역할은 여의도 전체 바람의 쾌적한 순환을 도우는 기능을 한다.

여의도 상류와 하류 지역의 바람 온도를 비교하면 하류의 바람이 더 차다. 상류 쪽에서 내려오는 한강의 물길이 굽어져 바람의 속도가 느려지는 지역인데 반해, 하류 쪽 한강 수세는 직류풍으로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상류 쪽보다 온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사당 건물 주변은 냉풍지대로 냉기가 유지되는 지역으로 볼 수 있다.

<풍수지리와 건축>의 저자 박시익 건축학박사는 냉기를 부정적 기운으로 분류한다. 그 기운이 판단력을 흐리게 함으로써 스스로 분수에 넘치는 행동으로 돌출되는 과시욕망이나 상호불신을 조장하는 헛바람의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가끔 상식이하의 행동을 하고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 안위를 돌보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어쩌면 의사당 주변 냉풍의 영향은 아닐까. 냉기는 발전이나 번영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보다 퇴보와 패망을 유도하는 부정적인 기운으로 인식돼 있는 것이 풍수적 원인결과의 설명이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에 망하게 된다. 그 반증으로 각 정부마다 여당, 야당의 명칭이 새롭게 태어나고 거듭 사라지는 반복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지 않은가.

풍수지리적 명당 기운을 자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완벽한 땅은 없다. 하지만 사용 주체의 용도에 따라 명당 이론을 적용하면서 다양하게 고쳐 완벽하게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는 많다. 명당 기운의 주체는 온화한 바람으로 판명되었기에 이를 만들어 사용하면 성공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 공간에 바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환경수정 차원의 풍수공학적 행위가 필요하게 된다. 바람이 안정된 명당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전통적 풍수 해결책 중 가장 많은 것이 냉풍막이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부족한 흙을 보토(補土)한 뒤 그 위에 냉풍막이 숲을 조성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강에 접한 여의도의 지리 여건상 국회의사당 주변에 숲을 조성해 냉풍을 차단하고 온풍을 유지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냉기지대를 온기지대로 전환시키는 풍수비보 차원에서다. 냉풍이 불어오는 의사당 서북쪽 한강 하류에 소나무, 구상나무, 편백나무 등 사시사철 잎이 많은 상록수 숲 조성이 이뤄진다면 국회의사당 기운은 온기로 전환될 것이다. 한강 하류에서 의사당을 향해 직선으로 불어오는 냉풍이 숲에 의해 차단되면 상대적으로 온기 바람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운동장 너머 하류 강변도로를 따라 길게 심어놓은 벚나무는 봄·여름에는 잎이 무성해 방풍막이 숲 역할을 하지만 낙엽이 떨어지면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바람막이 기능을 하던 벚나무 잎이 떨어져 없어지면, 찬바람의 계절인 가을에서 겨울 사이 국회는 냉풍 영향을 극도로 받게 된다. 이 시기에는 이유야 어떻든 여야 간 또는 의원 간 언성을 높이는 시끄러운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한강 하류 쪽 벚꽃길 아래 둔치 선을 따라 냉풍막이 숲을 조성하면 의사당으로 치고 들어오는 찬 바람을 사시사철 막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의사당 주변으로 안정된 환경이 정착되어짐으로써 여야 정치는 대립보다 협력이 우선되면서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추구를 위한 진정한 의정활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왕풍수지리연구소 소장·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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