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수조사의 과정과 실태

▲ 울산쇠부리소리.

울산에서 시작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전수조사는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사로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울산광역시가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발굴의 의지가 강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조사에 대한 사명감이 컸고,
그에 대한 긍지 또한 강했다.

지난 5월울산의 숨겨진 무형문화유산을 찾기 위한 7개월 간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다른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적인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수조사 또한 문헌조사를 기본으로 하고 설문지를 통한 제보와 현지 탐문조사를 통해 진행하였는데, 가장 아쉬운 것은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많은 무형문화유산들이 사라지거나 전승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조사의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되었다. 1단계로 문헌, 현지조사, 자문 등을 거쳐 152개 종목을 추출하였다. 2단계는 2016년 3월28일부터 새롭게 시행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제시된 영역에 맞춰 재분류하여 검토하였다. 그리고 3단계에서는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어느 정도 울산의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형태를 갖춘 36개 종목을 선정하여 ‘주요무형문화유산’ ‘상세무형문화유산’ ‘목록무형문화유산’으로 분류하고 구체적인 조사를 다시 진행하였다.

국내 광역자치단체 최초의 조사
지역문화 향한 관심·발굴의지 반영
152개 종목 조사 3단계로 추려
주요무형문화유산 7종 최종 선정
덧배기·안택굿·벼루장·백동장은
새롭게 발굴…지속적 관심 필요

심층적 조사·연구 대상인 ‘주요무형문화유산’을 최종 선정하였는데 울산 쇠부리소리, 울산 덧배기, 박제상 가족의 구전 및 제의, 울주 영등할만네 바람올리기, 울산 안택굿, 벼루장, 백동장 등 7개 종목이었다.

▲ 박제상 가족의 구전 및 제의.

울산 쇠부리소리는 옛 야철장에서 큰 풀무를 8명이 서서 밟으면서 작업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쇠부리 불매소리’라는 노동요를 불렀는데, 여기에서 쇠부리소리는 쇠부리 불매소리의 줄임 말이다. 야철장이 없어지면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이 1981년 최재만(당시 81세)옹의 소리가 발굴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고 전승되게 되었다. 울산의 쇠부리소리는 최재만 옹의 동부(언양읍 대곡리) 쇠부리소리, 김달오 옹의 서부(농소) 쇠부리소리, 울산 성냥간 불매소리, 아이 어르는 불매소리 등 총 4종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공업도시 울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귀중한 무형문화유산이다.

울산 덧배기는 울산 사람들이 흥이 나면 절로 추는 전통적인 춤으로 울산의 강골, 풍류 기질이 표현된 춤이라 할 수 있다. 덧배기는 경상도의 보편적인 향토춤이지만 울산 덧배기는 울산 사람의 기질과 미학이 그대로 표현된 춤이다.

박제상과 가족의 구전 및 제의는 <삼국사기>기록에 등장하는 박제상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제의이다. 신라 눌지왕 때 박제상이 일본에 볼모로 잡힌 왕의 형제들을 구하고 화형으로 죽자, 아내는 두 딸을 데리고 치술령에 올라 남편을 기다리다가 죽어 망부석이 되었고, 그 혼은 새가 되어 은을암에 숨었다는 구전과 그들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람들이 치산서원을 세우고 유교식 향사를 올리고, 은을암에서는 박제상의 아내와 두 딸을 위해 불교식 재(齋)를 올리고 있어 박제상 뿐만 아니라 열녀 국대부인과 효녀 아기, 아경 등 남녀 모두를 숭배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이다. 즉 충(忠), 열(烈), 효(孝)의 덕목을 모두 갖춘 무형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 박봉연 할머니 영등할만네 사진.

울주 영등할만네 바람올리기는 음력 2월에 가정에서 행하는 풍신(風神 : 바람신) 신앙행위이다. 2월 풍신제는 제주형·해안형·내륙형이 있는데, 무당이 주제하는 제주도 풍신제 중 칠머리당굿은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울주 영등할만네 바람올리기는 해안형과 내륙형이 섞인 복합형으로 상차림과 제례절차가 전통적인 형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사라진 것이지만, 유일하게 울주군 서부 지역에 이 신앙행위가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승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에서 단절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울산 안택굿은 울산광역시 전역에서 행해지는 것인데 강신무(신내림 받은 무당)가 주관하는 가정의 안택신앙이다. 영남지역의 강신무 안택굿은 앉은 굿 형식으로 굿의 전통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충청도 지역의 독경사에 의한 안택굿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안택굿은 소멸되거나 변형된 사례가 많지만, 울산의 안택굿은 열 두 거리를 모두 갖춘 전통적인 굿으로 한국 무속과 가정신앙 연구에 귀중한 무형문화유산이다.

벼루장의 장인은 유길훈씨으로 현재 언양 반구대 암각화 인근지역에 상주하면서 언양의 석재로 언양벼루를 만드는 장인이다. 그는 문헌과 지질연구를 통해 언양 벼룻돌을 찾아 울산에 내려와 20여년 간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일대의 지질 분석, 문헌 그리고 벼루장의 전통 제작기술을 결합하면 울산의 무형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백동장 장추남씨은 울산지역에서 50여년 간 울산 병영 양식의 은삼동구리(담뱃대), 장도 등을 제작하고 있는 장인이다.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고(故) 임원준씨, 울산 병영 장동장이었던 고(故) 허균씨과 함께 1970~1990년대 3대 울산 장도장 명인이었다. 그런데 현재 두 명은 작고한 상태로 가장 오래된 전통 기능 보유자이기도 하다.

▲ 이희진 울산시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롭게 발굴된 울산 덧배기, 울산 안택굿, 벼루장, 백동장 등은 울산의 정서가 담겨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형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더 많은 울산의 무형문화유산을 발굴·전승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울산시와 구·군 그리고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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