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울산을 ‘산업수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주역으로서의 자긍심의 표현이다. 다른 도시 사람들은 울산을 ‘부자도시’라고 한다. 일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이 전국 최고를 차지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산업수도나 부자도시를 떠받치고 있는 가장 든든한 배경은 바로 ‘수출 전국 1위’라는 기록이다. 2011년 울산은 연간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면서 전국 어느 지자체도 이루지 못한 찬란한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다. 명실상부 산업수도라는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5년 후 울산의 위상은 말이 아니게 돼 가고 있다. 올해는 연간 수출 700억 달러도 무너질 전망이다. 전국 2위로 내려앉은 순위마저 또 내놓아야 할 처지다. 지난해 한해 수출이 729억달러를 기록했을 때 받았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600억달러 선으로 내려앉게 된 것이다. 올해 10월까지 울산의 수출실적은 532억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11~12월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700억달러 달성은 어려울 듯하다.

울산의 주력산업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석유화학과 자동차의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생산부진에 따른 원자재수입 감소로 인한 불황형 흑자다. 이같은 현상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1년 이후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5년여 세월동안 울산의 경제정책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 물론 외국기업 유치와 수출을 위한 해외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대기업의 불황에 따른 것이라며 속수무책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 의존이 아닌 울산 향토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위한 울산시 주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의 협력업체로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중견·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세계적인 공업도시가 어느날 슬럼화하는 사례가 먼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한 울산은 산업이 무너지면 도시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가 없다.

내년은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해다. 많은 예산을 들여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수출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과 울산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심도 있는 토론이 아닌가 싶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1997년 광역시 승격에 버금가는 퀀텀점프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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