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서는 음식으로 커뮤니티 형성
특정공간 벗어나 공동체 미술 꾸며

▲ 장생포창작스튜디오(옛 장생포동사무소)에 설치 된 전시작품들. 골목이나 폐가에서 수집한 오브제로 장생포를 테마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 것도 예술이야?”

최근 울산 지역 2곳의 레지던스공간에서 ‘공동체 미술(共同體美術·community art)’이라는 낯선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 단어로 특정지을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주민과 관람객의 반응은 대체로 “예술은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쪽이다. 하지만 지역 미술계는 다르다. “울산미술은 너무 획일돼 있다”며 “정형화 된 틀을 벗어난, 새로운 기류가 반갑기 그지없다”고 입을 모은다.

옛 장생포동사무소에서 지난 5일 시작된 ‘창작스튜디오 테스트베드’ 현장은 낯섦과 새로움, 모호함과 신선함이 대비되고 있다. 전시회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명의 외지 작가들이 참여했다. 장생포동사무소는 전시회를 마무리한 뒤 곧바로 건축물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이번 전시는 동사무소를 창작스튜디오로 바꾸기 전에, 향후 이 건물에 어떤 사람이 들어오고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를 주민들에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 김윤호 북구예술창작소 입주작가가 ‘염포시장 시식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공간 곳곳에는 설치미술과 영상, 사진, 퍼포먼스 형태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화이트 큐브(실내 갤러리)의 미술 전시와는 괴리감이 크다. 흡사 잡동사니 무더기를 연상시키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난생 처음 울산을 찾은 청년 작가들이 열흘 이상 장생포에 머물며 장생포를 테마로 창작한 결과물이다. 이송준 작가의 ‘모디딕1962’는 ‘허공에 뜬 고래’다. ‘고래의 꿈’ ‘향수’ ‘장생포의 미래’ 등 작가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창작품에서 새로운 영화를 기다리는 장생포 주민들의 염원이 읽혀진다. 도저킴의 ‘ALIVE’는 문짝과 벽시계, 나무토막 등으로 만들었다. 주재료는 모두 뒷골목이나 폐가에서 수집한 오브제들. 생명을 다한 물품 속에서 잊혀진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다.

하채영 장생포문화지원센터(새미골) 팀장은 “현재는 마을 어르신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단계”라며 “일상 속으로 들어 온 문화와 놀이, 일종의 공동체 미술을 통해 주민이 주도하는 장생포문화마을 물꼬를 트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북구 염포동 북구예술창작소에서도 비슷한 예술행위가 진행되고 있다. 주인공은 김윤호 작가다. 그는 지난 달 말부터 염포시장을 매주 3~4차례씩 찾아가 길거리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음식을 ‘미끼’로 오가는 주민들과 대화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이달 말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단골 고객은 주로 그 동네 아이들. 삶은 감자, 두부김치, 배추전 등 그가 만든 메뉴를 시식하면서 아이들은 학교나 집에서 겪은 일을 재잘재잘 털어놓는다. 식자재는 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고, 물이나 기름처럼 조리에 필요한 부재재는 상인들과의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부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자신의 삶이 예술(특히 미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상인들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거리감을 좁히는게 필요하다”며 “예술가도 시장에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듯,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 또한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미술을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공동체 미술(community art)= 화랑이나 무대라는 상황을 벗어나 예술행위를 구체화하고, 사회적·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구를 가진 일군의 예술가들의 활동. 공동체 예술가들은 특정 예술 형태들 사이의 특성을 초월하여 거리의 무대, 비디오, 벽화, 교통수단, 기구, 놀이구조 따위를 이용한다. 관객들과의 일차적인 만남은 거리, 공공건물 등과 같은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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