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m 아시아新 수립 우승
선수권 자유형 3관왕 달성
세계 정상권 실력 재확인

▲ 1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박태환이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태환(27)이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다시 빛 가운데로 나왔다.

악몽과도 같았던 2016년이지만 국내, 아시아를 거쳐 세계 무대에서 차례로 건재함을 확인하고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며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박태환은 1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4분15초51의 아시아 및 대회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34초59로 우승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자유형 200m에서는 1분41초03의 대회 및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1500m에서 역영을 펼친 뒤 여자 계영 200m 시상식이 끝나고 바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에도 출전해 47초09로 7위를 차지하고 이번 대회를 끝냈다.

이번 대회는 박태환이 2016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도핑 파문’으로 수영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박태환은 지난 3월 국제수영연맹(FINA)의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에서 풀린 뒤 훈련에 매진하며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바랐다.

그러나 국가대표 규정을 내세운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다가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단을 구한 끝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는 쓴맛만 봤다.

훈련량 부족 탓에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와 200m는 물론 100m에서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자유형 1500m는 아예 출전을 포기한 채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압박한 사실이 최근에 알려지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은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

박태환은 리우에서 실패 이후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차근차근 부활의 발판을 놓아갔다.

지난 10월 전국체전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모두 대회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했고,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4관왕에 오르며 국제무대 경쟁력까지 재확인했다.

그리고 비록 올림픽 규격의 50m가 아닌 25m 길이의 경기장에서 치르는 대회이지만 FINA가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마침내 세계 정상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메달 색깔뿐만 아니라 박태환이 보여준 경기력도 ‘제2의 전성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해볼 만큼 빼어났다.

박태환의 이번 대회 기록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7년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에서 작성했던 자신의 최고 기록을 모두 훌쩍 넘어섰다.

경기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8세 때의 기록을 수영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인 27세에 갈아치웠다.

자유형 200m에서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6개를 딴 미국 수영 스타 라이언 록티가 2010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대회에서 세운 종전 대회 기록(1분41초08)과 자신이 2007년 독일 베를린 FINA 경영월드컵에서 세운 아시아 기록(1분42초22)을 모두 새로 썼다.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자유형 200m 은메달리스트인 채드 르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1분41초65)를 2위로 밀어냈다.

자유형 1500m에서도 장린(중국)이 2009년 일본오픈대회에서 작성한 아시아 기록(14분22초47)은 물론 이탈리아의 장거리 강자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가 2014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세운 대회 기록(14분16초10)을 모두 경신했다.

세계기록(14분08초06)도 가진 팔트리니에리는 결승에서 박태환과 중반까지 대등하게 레이스를 펼쳤으나 이후 점점 처지면서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박태환은 미국을 거쳐 조만간 귀국한다.

지난 3월 이후 8개월 넘게 강행군을 이어온 박태환은 모처럼 쉬면서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여부 등을 포함한 향후 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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