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곧 현실화 예상
국내 금리 동반상승은 불보듯
서민 가계부채 부담 증가 걱정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동안 잠복해 있던 세계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경제위기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미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을 위해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였다.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경제부진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금융완화정책 덕택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특히 금융위기의 시발국인 미국은 11월 실업률이 2007년 이후 최저치인 4.6%를 기록하는 등 경제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어 온 금융완화기조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 정부와 금융경제관련 기관들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 시각으로 오는 15일에 있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여부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그 동안 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꾸준히 금리정상화를 위한 기회를 살펴왔는데, 최근 주요 경제지표들이 양호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전문가들은 조만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달 17일 옐런의장은 “금리를 현재수준으로 너무 오래 유지하면 지나친 위험 선호현상을 부추기고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였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12월중 금리인상을 위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될 경우 우리 경제는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금의 유출이 우려되고 국내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국내에 투자된 자금을 달러화로 교환하여 회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정책 운용상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타 신흥국들에 비해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되어 있는 데다 자금유출입에 대한 규제도 적어 미국의 금리인상시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금리 인상으로 인해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금리상승으로 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 가중이다. 미국의 금리상승에 따른 국내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최근의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속도를 감안할 때, 서민들은 가계활동 영위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달 옐런의장의 금리인상 시사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장참가자들이 ‘금리발작’이라고 할 만큼 국내 채권금리가 크게 요동을 쳤는데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실제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및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9월말 기준 가계의 금융기관에 대한 부채규모는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매년 60조원 내외의 이자가 상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사람들은 1년에 13조원 가량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으로부터 빌린 금액과 자영업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금액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이를 추가로 고려하면 금리인상으로 인해 서민들이 받는 영향은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대출취급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서민들의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이제 ‘빚의 향연’이 끝나고 ‘빚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들릴지 모르지만 급변하고 있는 금융환경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차입자들은 달라진 금융환경을 직시하고 자금 상환계획을 꼼꼼히 챙겨야 할 시점이다. 비록 미국의 금리인상이 과거처럼 급속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위안이 되지만 이를 그대로 믿고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 한편 가처분소득 증대가 가계부채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는 점과 가처분소득 감소가 결국에는 기업의 생산 둔화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여 정부와 기업은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를 위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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