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울산문화예술회관 경영관리과 주무관

최근 개방과 경쟁이 확대되고 도시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도시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 확산과 도시와 권역의 광역화를 통한 지리적·기능적 협력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울산·포항·경주를 잇는 해오름 동맹이 출범했다.

역사적으로 신라문화권에 속한데다 국가 근대화 과정에서는 산업적으로 연계성이 높은 것에 비해 세 도시의 교류는 미미했다. 하지만 울산~포항 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을 계기로 신라문화권이라는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아우르면서 미래를 향해가겠다는 세 도시의 의지는 도시간 행정통합 없이도 자치연합을 통해 상생하고자 하는 의지가 표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해오름동맹은 산업 R&D분야, 도시인프라 분야, 문화교류사업분야 등을 통해 지역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지역경제권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개발 촉진 및 관광수요 신장 등으로 편리한 생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역간 교류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할 것이다. 3개 도시가 연계하면 인구 200만명, 국내총생산의 6.6%를 차지하며 경제규모 95조원의 메가시티로의 도약이 가능하며 분업과 협치를 통한 특화된 도시기능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 광역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지역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 잠재능력을 충분하다. 그러나 해오름동맹에는 문화예술의 교류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예술 교류의 목적은 도시 사회의 존속과 동맹의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불가결할 것이다. 문화예술이 개인들의 연대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간, 지역간 통합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누구나가 누릴 수 있는 공공재 성격의 주도적인 문화예술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예술은 결합을 향한 끌림, 통합을 향한 열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오름 동맹의 문화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 행정적으로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의 교류가 대등하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어느 도시가 우위를 점한다거나 또는 어느 도시의 의견에 맹목적으로 종속되지 않을 때 해오름동맹의 문화예술적 가치는 증폭되게 될 것이다. 경제발전을 위한 경제적 가치이든, 문화예술의 정신적 가치이든 가치에 우열을 가늠할 수는 없을 노릇이지만 정신적 가치인 문화예술을 도외시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라는 정신적 가치와 경제성장이라는 산업의 물질적 가치는 서로 조화하기 보다는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소비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적 욕구가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메가시티의 동맹에 문화적 욕구의 확장은 곧 문화시장의 융성과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 경기지역에 집중된 문화예술의 현상도 세 도시의 동맹으로 규모의 틀을 이룬다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만큼 문화시장의 확장, 문화예술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으로 동일 생활권이 된 세 도시가 교류 협력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면 넓어진 공간적 범위에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 경주, 포항 등 세 도시는 공연 예술분야의 교류를 논의해 나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울산시립교향악단과 포항 시립교향악단이 해오름 동맹기념 프로그램을 공연한 적이 있으며, 얼마 전 6일에는 세 도시의 시립예술단이 한 무대에 올려진 해오름동맹 특별음악회 공연도 있었다. 내년에는 오페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으로 협의하고 세부적인 조율을 하고 있다. 인접해 있긴 하지만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상이한 세 도시가 문화 예술분야의 교류를 통해 경제·교육 등 사회 전반의 화합과 협력의 물꼬를 트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이란 눈에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해주며, 사회의 결속을 단단하게 해 따로 떨어진 것을 같은 성질의 것들의 그 무엇으로 연결지어 준다. 소통의 활로를 개척하기도 해 공감이라는 교집합을 일궈내기도 한다. 소통과 공감은 단기적이고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면서 내면에 깊이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기에 문화예술이 사회에 안기는 파급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해오름동맹에 문화예술이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훈 울산문화예술회관 경영관리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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