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의 건축설계 당선작이 12일 발표됐다. ‘레이어드 스케이프(Layerd Scape)’를 주제로한 (주)가가건축사사무소가 당선됐다. 부지를 두고 논란을 거듭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늦추어졌던 시립미술관 건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4년 뒤인 2020년 완공이다.

당선작의 조감도를 통해 본 미술관은 부지의 고저차이를 자연스럽게 이용한 것이 돋보인다. 심사위원들은 미술관 부지의 좌·우에 자리한 동헌·객사부지와 연결동선을 가장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시공을 통해 건축설계가 갖고 있는 장점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시립미술관 부지가 갖고 있는 특징이 잘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건축의 의도에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어떻게 반영되느냐이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울산시립미술관은 얼마나 주민들의 생활문화공간이 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뒤늦게 출범한데다 미술품 구매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울산시의 현실을 고려하면 뛰어난 미술품을 감상하는 엄숙한 미술관으로서의 위상에 치중하기는 어렵다.

울산시립미술관의 본보기가 될만한 일본 가나자와의 21세기현대미술관은 건축설계 공모에서부터 주민들의 참여를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지난 6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한 유코 하세가와 전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관 건축을 위한 현상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것은 미술관 본연의 역할과 지역민의 아트커뮤니티, 두가지였다고 밝혔다.

21세기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뮤지엄과 지역사회의 공생을 통해 새로운 가나자와의 매력과 활력 창출 △동시대 미술 표현과 시민이 함께 하는 장소 △지역의 광장으로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가꾸는 교류형 미술관 △지역 전통을 미래에 전하고 세계를 향해 열린 미술관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 등이 그 목적이다. 현상설계에 당선된 세지마 가즈요의 SANNA건축사무소는 그 목적을 건축설계에 충실하게 반영, ‘공원같은 미술관’을 만들었다. 그 결과 가나자와시는 미술관 건립으로 지역주민보다 더 많은 외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은 울산과 마찬가지로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폐교된 학교부지에 세워진 미술관이다. 울산시립미술관도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공감하고, 즐거워 하고, 함께 어울리는 ‘지역의 광장’과 같은 미술관이 되도록, 형식적인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토론과 협의가 가능한 전문가그룹이 건축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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