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규혁 울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외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35.2%의 외상 환자 예방가능사망률을 2020년까지 2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으로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추진 중이며 울산대학교병원은 지난해 9월 울산권역외상센터로 정식 지정을 받았다.

예방가능사망이란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던 죽음을 말한다. 적절한 치료란 환자가 치료가 가능한 곳에서 치료 가능한 의료진에게 맡겨지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치료가 가능한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외상 사망의 80%는 사고 후 수 시간 내에 발생하며 초기 사망의 주요 원인은 뇌손상, 대량 출혈, 기흉, 기도 손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기흉과 기도 손상은 짧은 시간 내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지만 신속하고 전문적인 처치가 있다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전문적 치료까지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고 장소는 예측할 수 없으며 병원은 움직일 수 없다. 방법은 전문화된 병원 의료진이 장비와 의약품을 가지고 사고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산재의 특성상 구조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산업체가 울산권역외상센터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어 이송의 지연 없이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은 울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선진국들에서는 병원 의료진의 병원전단계 치료가 보편화돼 병원에 준하는 치료들을 시행,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그 용어조차 생소한 실정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닥터-헬기’를 확대하며 이송 시간의 단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주로 산간 및 도서 지역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구가 밀집된 공업 지역인 울산에 적합한 이송 시스템은 아니다. 그 대안이 구급차를 이용한 병원전단계 치료 체계이다. 헬기와 달리 시간과 날씨의 제약이 없으며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장비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외과의사인 필자에게는 환자가 살아서 수술장을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수술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떤 상태로 수술장에 들어 왔는가 역시 환자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치료는 병원에서 시작된다는 편견을 이제는 깨야 한다. 병원까지 오는 그 시간을 아까워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권역외상센터 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울산에 특성화된 외상센터를 만드는 것은 울산의 몫이다. ‘닥터-카’ 사업을 통해 소방구급대와 외상센터 의료진이 사고 현장에서 함께 뛰는 것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경규혁 울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외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