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흙으로 그릇을 만들 때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그냥 흙만을 사용하여 만든 그릇이고, 두 번째는 흙에 잿물을 입혀 멋스러움을 담은 그릇이다. 옹기하면 소박하고, 질박한 느낌이 들기 쉽지만 어떤 방법을 강구했느냐에 따라서 금보다도 값비싼 재화가치를 창출한다. 대표적으로 함경북도 회령지역의 옹기를 소개할 수 있다.

고려초기부터 생산됐다는 회령옹기는 특유의 회청색이 감돈다. 일본이 자랑하는 카라쯔(唐津窯) 도자기의 발색기술에 원천을 제공하여 그 명성이 높다. 일본에서는 지금 ‘카라쯔야끼’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체적인 모습은 통전(통나무를 두른 것과 같은 형태)으로 된 넓은 입구에 어깨가 볼록한 편이다. 기벽은 일정하게 두꺼운 편으로 북방의 추운 기후요소가 반영된 결과이다. 기물 위쪽은 근개띠문 두 줄 사이로 물결문이 새겨져 있고, 바닥에는 잿물이 입혀져 있지 않다. 기물 가운데는 연청색의 잿물이 산천을 소재로 그린 산수화와 같은 모습으로 흘러져 있고, 물감이 번지듯 퍼진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 유약흘림문회령옹기.

회령옹기가 은은하고 깊은 발색의 멋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주변에서 얻어진 억새와 짚재를 사용하여 만들어 낸 고도의 기술 덕분이다. 잿물의 성분에 장석성분과 규산 질이 풍부하여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하나된 예술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회령옹기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색감에 반해 수없이 수탈해갈 정도로 우리 전통의 멋을 대변해주고 있어 자긍심을 고취시켜 준다. 우리가 옹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이전에 선조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그들이 모색했던 삶의 태도와 방법을 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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