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활동으로 한뼘 더 성장한듯
울산외고 인문학동아리 ‘그라치아’

▲ 박다빈 울산 외국어고

책 쓰기 활동은 동아리 활동을 바탕으로 발전되고 단단해진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라치아 동아리는 울산외고의 인문학 동아리이다. 비록 지난해 신설된 동아리지만 부원들의 열정적인 활동 아래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학기 초에 부원들과 함께 인문학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인문학이란 각 개인에게 사유할 수 있는 힘과 자신을 설명하는 힘이 되어 줄 학문이다. 인문학은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것, 그 사람의 범위가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가진다.

어쨌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좋든 싫든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삶, 그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받기도 한다. 인문학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은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찾고, 우리 자신의 가치관을 찾아나갈 수 있다.

인문학은 그 특성상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는 세 가지 키워드를 잡고, 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활동을 기획했다. 인간의 본질, 본성을 탐구하는 나, 이를 토대로 활동의 주제를 잡았다. 나와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정의해보는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바라본 세상. <국가란 무엇인가> <철학 vs 철학> <사다리 걷어차기> <왜 분노해야 하는가> 등 다양한 책을 읽고 독서 세미나를 하거나 자유토론을 했다. 타국을 대표해 ‘빈부의 양극화 실태 및 해결방안 마련’에 대한 모의회담을 개최하기도 했고, 최근 미국 대선에 당선된 트럼프가 우리나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교내 사설 대회를 개최하여 다양한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만평을 작성한다거나 영화 속 사회와 주인공의 관계를 인문 사상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주체적으로 기획해 나갔다.

책 속에는 우리 각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았다. 책 쓰기 역시 ‘나, 우리, 세상’이라는 세 키워드를 목차로 하고 있으며, 동아리 부원들 각각의 관심 분야나 시사 문제에서 받은 영감을 인문철학사상과 연관지어 주제를 잡았다.

<그라치아의 20가지 그림자의 의미>는 20명의 학생 각자의 생각을 그려냈다는 뜻이다. 책의 본론은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소설과 에세이가 수록돼 있고, 마지막 목차에는 우리가 했던 세미나의 내용이 그려져 있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선한가, 악한가. 사유하지 않은 아이히만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사회의 급류 속에서 간신히 자신을 지탱하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주관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국가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의 결론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쓰기에서는 개요 작성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탄탄한 개요가 완성되고 나면 초안은 금방 써진다. 소설의 경우 모티브가 될 사건이나 인물을 인터뷰한 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를 토대로 개요를 작성했고, 에세이의 경우 리스 논문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 기초조사를 모은 후 서론-본론-결론의 단계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였다. 초안 작성 후 부원들과 함께 초안을 돌려보고 내용에 관한 조언을 들어 다시 한 번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였다. 이후 표지, 속지, 그 속에 들어갈 문구를 직접 기획하여 책을 완성시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우리 손으로 만든 책이어서 그런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책을 쓰면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했고, 더 나아가 세상과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박다빈 울산 외국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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