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실시를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와 정부가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던 것이 지난해 일이다. 바로 그 의약분업이 파탄에 직면한 의료보험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의 비리에 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제약회사가 특정병원과 납품계약을 맺은후 담당 의사들에게자기 회사 약품을 처방해 달라며 뒷돈으로 주는 랜딩비를 비롯해 리베이트, 월정비 등 각종 명목으로 의사들의 음성수입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의약분업실시 이후 의료보험 수가 인상으로 과거에 비해 진료수가가 대폭 개선된 상황에서도 이와 같은 비리가 의료계에서 계속됐다니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의료인들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직업윤리의 회복이 어느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의사들과 함께 의약분업체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당사자인 약사들에게서도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 전문 의약품을 팔거나 의사 처방전의 약을 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함량이 다르고 값이 훨씬 싼 알약으로 바꿔 조제하고도 처방전대로 조제한 것처럼 꾸미는 등 금지된 행위들을 버젓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약분업 체제를 흔들고 의보재정에서 헛돈이 새어 나가게 하는 이런 비리가 사라지지 않는한 의보재정이 제대로서기 어려운 노릇이고 의사·약사간의 불신이 깊어져 의약분업 자체가 존립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의료보험을 관리운영하는 건강보험공단 역시 공기업 가운데 마지막까지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한 사실이 드러나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 사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공단측은 정부가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강력히 권고하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면서 이미 정산을 끝낸 직원까지 다시 누진율을 적용키로 해 그 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의보재정 파탄으로 나라가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의료보험 체제를 유지 관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각 분야와 기관에서 이처럼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버리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의료보험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먼저 각분야의 도덕적 해이를 추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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