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워낙 심각한 사안이라 일시에 민심이 광장으로 나가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민심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누적된 모순과 부조리를 개혁해야 한다는 열망이고, 그 가장 우선 순위에 국회를 비롯한 정치인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의 모습은 한마디로 볼썽사납다. 비박계는 친박계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로, 친박은 비박을 “배신을 일삼는 패륜아”로 부르며 서로 당을 떠나라고 하고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그들 대부분이 적어도 한때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그처럼 말도 안되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측근이라 불리는 그들이 몰랐거나 모른 척했다면 그 또한 공범이라고 해도 무방한 일이다. 어느 계파를 막론하고 국민 앞에 진심어린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셈하며 서로를 힐난하고 있는 꼴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 덕목인 정치에 있어 보수의 역할은 중요하다. 새누리당의 행태가 더할 나위없이 한심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국민들은 보수가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분명 보수의 환골탈태와 재건을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특히 울산지역 의원들 다수가 포함된 친박계의 움직임을 보면 현실인식이 한참 모자란 것이 아닌가 싶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13일 “사람은 누구나 실수가 있는 것”이라며 탄핵을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고 보는 국민이 있을까.

국회의원은 주민들의 손으로 뽑은 주민의 대표다. 지역주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울산 남구을의 박맹우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중구의 정갑윤 의원은 13일 친박이 주축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 의원들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향후 행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지역민심을 두루 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변에 포진해 있는 골수당원들의 목소리만으로는 민의를 읽기가 어렵다. 당권 사수를 고집하며 이전투구에 앞장을 서다가는 지역민심을 잃게 될 우려도 없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지역 의원의 승승장구는 유권자의 간절한 바람이지만, 국민이 바라는 올바른 정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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