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유가상승은 유지되기 힘들듯
저유가에 취약한 울산경제 변신 필요
에너지신산업·원자력산업 고려해볼만

▲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올 연말 국내 정치 상황이 너무 어지러워 경제 이슈는 오간데 없다. 하지만 경제 환경은 국내 정치 상황과는 아랑곳없이 매일매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모두 손 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 에너지시장에서도, 우리가 최순실 게이트로 혼이 빠져 있었던 지난 한 달여 동안, 예상치 못한 큰 변화의 흐름이 있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120만 배럴 감산 합의가 그것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에너지정책을 요약하면 신기후체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배려는 후순위로 하고, 미국 내 석유와 가스 개발을 활성화하여 미국 경제를 살려놓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OPEC에게 회심의 한방을 날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지난 2년여 간 OPEC와 미국은 세계 석유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셰일에너지 생산 증가로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던 OPEC는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증산으로 맞섰고, 이는 유가가 곤두박질치는 현상을 초래했다. 저유가로 미국의 셰일에너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퇴출시키려는 전략으로, 고유가를 유지하려던 전통적 OPEC의 전략과는 배치되는 방향이었다. 이런 대치 국면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생산 감소가 더욱 난망하게 된 OPEC는 11월30일 감산을 합의함으로써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OPEC의 감산 합의는 일단 유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 기조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가 상승은 미국 원유업계의 투자 확대로 이어져 미국 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유 컨설팅 업체인 우드맥킨지는 미 셰일 업체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50달러 내외로 추정하고, 유가가 50달러를 넘으면 멈췄던 생산시설이 재가동되면서 곧바로 세계 원유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공고해진 신기후체제는 화석에너지 수요 고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 고유가가 실현되기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저유가 기조는 상당 기간 이어진다고 가정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울산경제는 저유가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최근 울산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조선, 석유화학 산업, 자동차 등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원인이 바로 저유가임은 잘 알려져 있다. 울산 경제를 저유가에도 내성을 갖는 구조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중후장대형 산업 중심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이 가미된 구조로 바꿔야 한다.

기술에너지로 대표되는 에너지신산업과 원자력관련 산업 육성을 고려할만 하다. 화석에너지는 기후변화의 위협으로 유가와 관계없이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향상과 같은 기술 에너지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미래는 기술에너지 시대인 것이다. 현재 에너지산업의 중심지인 울산은 미래 에너지산업의 중심으로도 거듭날 수 있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몇 안 되는 도시다.

그러나 단숨에 기술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100년 이상에 걸쳐 완만하지만 꾸준히 진행될 것이다. 화석에너지 시대에서 기술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이어줄 교량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다. 원자력은 안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교량에너지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원전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울산은 주변에 12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원전 밀집지역이다. 어떤 다른 지역보다 원전에 초미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원전 관련 산업은 발전 사업뿐만 아니라 폐기물관리, 폐로, 안전 제어 등 가치사슬이 매우 다양한 방대한 산업군이다. 산업기반과 주민의 관심이 높은 울산은 원전 관련 산업의 최적지로 판단된다.

경제의 활력원은 산업이다. 산업이 융성해야 경제가 성장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 융성의 상징이다. 울산 경제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에너지신산업과 원전산업의 중심지 울산을 그려본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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