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 신현동 예비군훈련부대에서 13일 발생한 폭발사고는 군부대 내에 상존하고 있는 폭음탄 관리의 허점, 예비군 훈련 부실, 국고 낭비, 안전 불감증까지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추정된다. 사고를 직접 유발한 것은 폭음탄 안에 들어 있는 ‘3g의 화약’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군부대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의 수사를 군부대라는 특수집단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어영부영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관행의 원인을 찾아 뿌리를 뽑지 않으면 우리 군대 곳곳에 산재해 있는 ‘3g의 화약’은 언제든 우리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사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대가 예비군 훈련을 통해 연중 사용해야 하는 폭음탄은 1800여개. 그런데 올해 훈련이 모두 종료된 11월말 1600여개가 남았다. 200여개만 사용한 셈이다. 예비군들이 예상보다 많이 모이지 않았거나 훈련을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남은 폭음탄을 내년으로 이월할 수도 없다. 사실대로 상부에 보고했다가는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대는 폭음탄 폐기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는 중사, 정보작전과장, 대대장이 모두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사는 폐기해야 할 폭음탄의 숫자가 워낙 많았던 탓인지 일일이 터뜨리기보다 화약만 따로 분리해 버렸다고 한다. 지난 1일 1600개에서 나온 5㎏ 화약은 모두 시멘트 바닥에 버려졌다. 대대장이 “위험이 없도록 비오는 날 소모하라”고 한 것을 보면 화약이 폭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군부대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그 화약은 13일 작업을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가던 병사들의 발길과 삽 등에 의해 폭발하고 말았다. 그나마 예비군훈련 실시 중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더 큰 불상사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군부대에서는 연말이면 폭음탄 처리에 골머리를 썩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급량의 10% 가량이 남으면 상급부대에 보고를 하고 이월하지만 그 이상은 폐기처분하는 것을 당연지사로 여기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훈련일지에는 정상적으로 소모한 것으로 기재한다. 허술한 폭음탄 관리와 처리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버려지는 폭음탄을 전국적으로 취합하면 국고 낭비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폭음탄을 200여개 밖에 사용되지 않았을 정도로 예비군 교육이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용 등의 결과만 놓고 보면 그동안 수없이 터져나온 군대비리, 방산비리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하다. 하지만 결코 이번 사고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군부대에 얼마나 많은 ‘3●의 화약’이 도사리고 있는지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알다시피 개미구멍 때문에 둑이 무너진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