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3·KIA 타이거즈)에 이어 차우찬(29·LG 트윈스)도 삼성 라이온즈를 떠났다.

김한수 신임 삼성 감독은 “최형우와 차우찬이 꼭 필요하다”고 구단에 강하게 요청했지만, 삼성은 FA(자유계약선수) 투타 최대어를 모두 놓쳤다.

좌완 에이스와 4번타자를 동시에 잃어 투타 모두에서 심각한 전력 약화가 우려된다.

발표액 기준으로 최형우는 4년 100억원, 차우찬은 4년 95억원에 계약했다. 최형우는 KBO리그 사상 최초로 100억원 시대를 열었고, 차우찬은 투수 최고액(종전 윤석민 4억 90억원)을 경신했다.

삼성도 최형우와 차우찬에게 상당한 금액을 제시했다. 특히 차우찬을 향해서는 ‘투수 최고 대우’와 ‘선수가 원할 경우 2년 뒤 국외 진출 추진을 허락한다’고 제안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만큼 삼성의 투자 의지가 약했다. 삼성은 이번 FA 시장에서 잠수함 투수 우규민(4년 65억원)과 내야수 이원석(4년 27억원)을 영입했다. 12년 만의 외부 FA 영입이었다.

올해 9위’ 예고된 참사
꾸준한 전력 약화 원인
“차우찬에 최고 대우 약속”
대외적으로 드러냈지만
‘거액 투자 않는다’ 평가

그러나 누구도 ‘과감한 투자’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삼성의 전력을 위해 필요한 건, 외부 영입보다 내부 단속이었기 때문이다.

2011~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올해 9위에 그쳤다. 외국인 선수들의 극심한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꾸준한 전력 약화가 부른 ‘예고된 참사’기도 하다.

삼성은 최근 4년 연속 내부 FA를 잡지 못했다.

2013년 시즌 종료 뒤 리그 최고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좌완 불펜 권혁과 우완 선발 배영수(한화 이글스)가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려는 크지 않았다.

2014년 겨울 삼성은 윤성환(4년 80억원)과 안지만(4년 65억), 조동찬(4년 28억원)과 FA 잔류 계약을 했다.

“삼성이 꼭 필요한 선수는 과감한 투자로 잡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룡 구단’ 삼성의 투자 의지가 약해진 건 지난해부터다.

공수에서 힘을 싣던 주전 3루수 박석민(4년 96억원)이 2015시즌 종료 뒤 NC 다이노스에 둥지를 틀었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는 ‘제일기획이 라이온즈를 인수한 뒤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굳어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차우찬에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고 공개한 이유 중 하나도 “투자 의지가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의지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고, 삼성은 ‘이제 거액을 투자하지 않는 구단’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라이온즈 관계자와 제일기획 관계자 모두 “구단 운영비는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기 전과 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인 투자는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 의지가 부족하다”는 외부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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