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치용 울산시 북구의회 운영위원장

지난 11월26일 뉴스 헤드라인 ‘190만 촛불과 1분 소등’. 만약 필자에게 권한이 있다면 ‘간디 비폭력평화상’을 우리 국민 모두에게 수여하고 싶다. 짙은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대한민국을 밝히는 촛불과 무언의 1분 소등이 전달하는 평화적인 메시지는 전 세계를 감동시킨 듯한데, 우리는 언제까지 전국의 광장에서 촛불을 밝혀야 할까.

연이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과 헌정파괴, 재벌기업이 연루된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은 국민 모두의 실망과 분노를 넘어 대학생들과 나이 어린 중·고등 학생들까지 대통령의 자발적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부패한 권력층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 이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는 각종 패러디와 유쾌한 풍자가 어우러지며 시민사회의 성숙한 역량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고, 동참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1분 소등으로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차디찬 광장으로 모여드는 촛불 민심은 그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 왔던 독선과 아집, 불통의 국정 운영들이 결과로 드러난 당연한 귀결이다.

한 번 되짚어보자. 생때같은 아이들이 망망대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절망 속에서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자괴감이 들게 했던 처참한 그 날의 기억을 단순 ‘여객선 사고’로 치부하고, 진상규명이나 희생자 가족 지원 등을 위한 대책 등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뿐인가. 대선 공약에서 쌀 수매가 인상을 약속했던 대통령의 약속을 지켜달라며 맨몸으로 시위에 나섰던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아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게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왜곡, 개성공단 폐쇄, 남북관계 긴장 고조, 의료민영화, 노동악법 개악 시도,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공무원 성과연봉제 도입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문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본인의 말을 번복,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과연 현 시국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이며, 후안무치의 제왕적 절대 권력자 모습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함과 분노는 전국을 넘실대는 촛불의 바다로 만들었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속보라며 소식이 들려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을 물러나겠다’는 골자로 3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다. 여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국회의 결정을 바탕으로 하겠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정치적 계산과 혼란의 시간이 되풀이 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 것인가.

촛불이 상징하는 민심도, 1분 소등이 내포한 그 침묵의 메시지도 청와대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각자의 삶을 뒤로 하고 주말마다 촛불을 밝히는 평범한 사람들은 법과 상식이 통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소망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해 왔던 사회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현실을 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루빨리 퇴진하는 것뿐이다.

윤치용 울산시 북구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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