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탈울산 현상 가속...미래산업 중추마저 타지로

생산기지 전락 우려 커져...울산시 뒤늦게 대책 부심

▲ 경상일보 자료사진
올 들어 비핵심사업 분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사업장 소재지를 울산이 아닌 타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이번에는 새로 설립할 ‘현대중공업그룹 통합R&D센터’를 울산본사가 아닌 경기도 성남에 짓기로 했다.

자회사의 탈울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신사업 창출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R&D센터 마저 타지역으로 가게 됨에 따라 울산은 본사를 두고도 자칫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울산시가 주력산업 부진에 따른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조선해양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ICT융합 인더스트리4.0S(조선해양)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지역사회와 울산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본사 둔 울산 생산기지 전락

현대중공업은 15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강환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남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분당 백현지구 일대에 ‘현대중공업그룹 통합R&D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협약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오는 2020년까지 백현지구에 통합 R&D센터를 신축하고 그룹에 속한 연구소와 연구·개발 인력을 이전할 방침이다. 성남시는 현대중공업이 통합 R&D센터를 신축할 수 있도록 백현지구내 개발용지(10만4792㎡)에 행정지원을 뒷받침한다.

통합R&D센터는 그룹의 제품개발과 관련한 기초연구를 포함해 통합 R&D를 수행하고, 미래 신사업을 창출하는 신기술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함께 그룹의 기술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기술·ICT기획팀을 신설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룹 통합R&D센터 설립과 기술·ICT기획팀 신설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결의한 ‘사업분할을 통한 독립경영 체제’의 일환”이라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이 아닌 성남에 R&D센터를 건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사가 울산에 있다 하더라도 R&D센터를 반드시 울산에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근 용인 마북리연구소와도 가까워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차원에서 각각 서울과 판교에 R&D센터를 지어 이전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조선해양 고도화 전략 차질

가뜩이나 현대중공업 분사 사업장(자회사)의 탈울산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R&D센터 마저 울산이 아닌 수도권에 둥지를 틀게 됨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력 파트너를 현대중공업으로 잡았으나 업황불황으로 성과를 내지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연구기관인 통합R&D센터마저 수도권으로 가게 됨에 따라 지역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될 R&D 확충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ICT를 기반으로 조선해양산업 구조를 고도화할 ‘ICT융합 인더스트리4.0S(조선해양)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미래 울산의 신산업을 이끌 구심점이 될 울산테크노산단내 울산산학융합지구 운영에도 적신호가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문의해도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답변하는 등 기업의 내부 사안이어서 시에서도 알고 대처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울산에 남아있는 현대중공업내 부속 R&D기관들이 수도권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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