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비리 적발시 취소’ 각서받아…“취소돼도 추가선정 없다”

▲ 서울 시내 4개 면세점의 영업권(특허)을 새로 주는 특허 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영업이 중단되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영업권) 3장이 이른바 ‘유통 빅3’로 불리는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에 돌아갔다.

롯데면세점 잠실점(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1월 특허 경쟁에서 탈락해 지난 6월 문을 닫은 지 6개월만에 부활했고, 현대백화점은 재수 끝에 서울 면세점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24년 전통의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과 HDC신라(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는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지난해 1차(7월), 2차(11월)에 이은 3차 ‘면세점 대전’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관세청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따른 야권과 시민단체의 ‘심사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특허 발표를 강행해 상황에 따라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7일 대기업이 입찰하는 서울지역 면세점 3곳과 서울·부산·강원 지역의 중소·중견기업 사업장 3곳 등 총 6개 사업자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29일 면세점 특허 방침을 밝히고, 6월 3일 특허공고를 낸 뒤 약 6개월만이다.

관세청은 “최종 선정된 기업들은 최장 12개월 이내의 영업 준비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특허를 부여받아 5년간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면서 “중소·중견기업은 1회 갱신이 허용돼 1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심사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2박 3일간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면세점 특허 신청 업체들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관세청은 “이번 심사위원회는 관세청 차장이 당연직으로 맡는 위원장 외에 관련 분야 교수 6명과 연구기관 연구원, 전문자격사, 시민단체 임원이 포함된 민간위원 9명과 정부위원 2명으로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한 위원 선정을 위해 교수·연구원·전문자격사·시민단체 임원 등 약 1천 명의 위원 후보군 풀을 사전에 구성하고, 무작위 전산시스템을 통해 특허심사위원회 개최 3일 전에 심사위원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자 평가 기준은 10개 항목, 총 1천 점 만점이다.

심사위원 11명이 기업 사업계획서 등을 토대로 세부항목별 평가를 하면, 기업별 최고·최저점수를 부여한 위원의 점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9명의 점수를 평균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산정했다.

관세청은 지난해와 달리 선정된 업체가 취득한 총점과 세부 평가항목별 점수까지 공개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심사의 투명성을 제고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801.50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면세점에 새로 발을 들였다.

롯데는 800.10점으로 2위에 오르며 작년 11월 월드타워점을 잃었던 것을 만회했다. 신세계디에프는 769.60점이었다.

정지선 회장은 이날 사업자 선정 직후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구현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촉발해 면세점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겠다”며 “관광객 편의 증진 등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면세점도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6개월간 월드타워점에서 다시 일하기를 기다리며 불안감을 느끼고 지내온 1천300여 명의 직원들이 다시 원래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적극적 투자와 한류 콘텐츠 개발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의 상생으로 지역경제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성숙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본점에 면세점을 확보한 데 이어 강남 진출까지 성공한 신세계는 “문화예술 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인정받은 것 같다”며 “센트럴시티 일대를 개별관광객의 중심지로 만들고 그 수요를 서초, 강남뿐 아니라 전국으로 전파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작년 워커힐면세점 기득권을 잃었던 SK네트웍스는 이번에도 연거푸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HDC신라면세점도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탑시티는 761.03점으로 서울지역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부산 지역에서는 721.07점을 받은 ㈜부산면세점이 사업권을 가져갔다. 강원 지역에서는 ㈜알펜시아가 699.65점으로 특허를 따냈다.

관세청은 “탈락한 기업의 점수가 공개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잘못된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기업 측의 우려가 있어 점수를 공표하지 않고 해당 기업에 개별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번 면세점 특허 추가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선정을 강행한 데 대해 “법적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특허심사를 연기 취소하게 되면 특허신청업체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가 특허 결정 과정에서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거짓·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정된다면 즉시 특허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이런 ‘사후 취소’ 가능성을 후보업체들에 사전 고지하고, 이 내용에 동의하는 ‘각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선정 업체의 특허가 취소되더라도 다음으로 평가 점수가 높은 ‘차점 후보자’가 특허를 자동으로 승계할 근거 규정이 없고, 자리를 메우기 위한 추가 선정 가능성도 없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대기업의 대통령 독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면세점 특혜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추후 특검 등의 수사 결과, 업체 비리 뿐 아니라 정부의 ‘서울면세점 추가 선정’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작년과 올해에 걸친 면세점 선정 전반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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