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대출 비중 30∼70% 달해…“최고 4억원 떨어져도 안팔려”
고점 매수자 “집값 더 빠지나” 전전긍긍…전문가 “시장 경착륙 막아야”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주택시장이 미국발 금리 인상이라는 ‘포탄’까지 맞으며 더욱 냉각되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에는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의 문의만 간간이 이어질 뿐 매매 문의와 거래는 뚝 끊겼다.

특히 대표적인 투자상품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중개업소에는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문의전화조차 한 통 없는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42㎡는 지난 10월까지 최고 10억6천만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9억5천만원으로 1억1천만원이나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56㎡도 최고 14억원까지 갔던 것이 현재 1억원 이상 빠진 12억9천만∼13억원짜리 물건이 나오지만 거래가 안된다.

강남구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지난주까지 문의전화가 없다없다 했지만 어쩌다 한 두통은 걸려왔는데 8일 미국 금리 인상 이후로는 문의 자체가 실종됐다”며 “가격 흥정이 안 되니까 호가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건축 단지는 투자수요가 많고 최근까지 초저금리가 지속하면서 적게는 집값의 30%, 많게는 70%씩 대출을 받았다”며 “대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재건축 단지가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마찬가지다.

잠실 주공5단지 119㎡는 올해 최고 18억원을 호가하다 현재 14억원으로 4억원이 빠졌지만 거래가 안 된다.

잠실의 J공인 대표는 “수억원씩 대출을 받고 재건축 단지를 구입한 사람들이 집값 하락으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상환 부담은 커졌는데 올해 고점에 집을 매입한 사람들이 특히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 한신 8차 56㎡는 최고가(9억2천만∼9억3천만원)보다 1억2천만∼1억3천만원 하락한 8억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매수세가 없다.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대표는 “최근 저금리를 이용해 60% 이상이 대출을 받고 집을 사다 보니 금리 인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 중반∼4%대 초반 선인데 내년 한 해 동안 4% 넘어 5%대로 진입한다면 돈 빌려서 집을 사기 힘들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재건축 단지만 약세인데 이런 분위기가 지속하면 일반 아파트 가격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급매물이 거래된 경우도 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단지는 이달 들어 10건이 거래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난 9일 이 아파트 52㎡는 최고가(8억1천만원)보다 8천만원 가까이 떨어진 7억3천200만원에 거래가 됐다.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소형은 최고가에서 6천만∼7천만원, 중형은 8천만∼9천만원 떨어진 금액에서 거래가 성사됐다”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많이 낮춘 급매물을 내놨고 최고가를 기억하고 있던 매수자들이 집을 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된 것이고 전반적으로 거래가 살아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대출 강화·국정 혼란·금리 인상·입주물량 증가 등 ‘5대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거래 침체, 가격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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