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한대행도 탄핵해야한다는
야당의 발언은 혼란만 부추기는 꼴
현행헌법 질서에 따라 국정 수습되길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필자는 1980년대 초반에 법대를 다녔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다. 당시 헌법에는 지금의 헌법재판소 대신 헌법위원회가 있었다. 그 구성이나 권한 및 역할은 본질적 차이는 없었다. 당시 필자가 다니던 대학의 헌법학 교수는 헌법위원회의 권한으로 대통령 탄핵심판이 있지만 이는 국민의 정신적 만족을 위하여 헌법에 수록되었지 실제로 가동되어지는 제도는 아니라고 했다. 만약 헌법위원회가 탄핵심판을 통해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이는 쿠데타이므로 헌법위원회 위원들은 탄핵 인용 결정을 하기 전에 도망갈 헬리콥터를 대기시켜 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헌법위원회 제도를 운용하던 시절 위헌 결정은 거의 없었고, 탄핵도 없었다고 기억된다.

그 후 일련의 민주화 과정을 거쳐 현재의 개정 헌법은 헌법위원회 제도 대신 헌법재판소를 설치 운영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헌법은 정신적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법에서 ‘살아있는 법’이 됐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민주화가 진행된 까닭이었다. 이제 헌법재판소로서는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탄핵소추에 따른 대통령 직무정지에 의하여 국무총리가 직무정지 기간 중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여기에 대하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6일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자 “국민들의 헌법의식이 곧 헌법”이라며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했다.

또한 야권 대선 주자 중 상승세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16일 울산을 방문했고 “황교안 권한대행은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권한대행이 대통령 행세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헌법재판소에 압박을 가하는 발언과 경고를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 현행 헌법의 통치구조는 대통령 중심제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데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그 역할을 국무총리가 다음 순서로 대행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행세를 하고 대통령 노릇도 해야 한다. 그것도 잘해야 한다. 비록 선출된 권력이 아니더라도 헌법제정 및 개정권력자인 전 국민이 그렇게 결정하고 헌법으로 명문화한 것이기에 헌법에 의거하여 최선을 다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책임을 완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황교안 권한대행을 탄핵하자면 그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배한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한 주장과 입증이 없이 황 권한대행을 마냥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정한 대통령 유고시의 안전장치를 파괴하여 국정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황 권한대행이 탄핵이 되면 다음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인 유일호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의 국정 혼란을 생각하면 황 권한대행의 탄핵 주장은 책임 있는 야당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권한의 남용은 자제되어야 하지만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도는 행사되어야 하고, 북한이 침공하면 전쟁 지휘도 하고 계엄령도 선포하여야 한다.

국민의 헌법의식이 헌법인 것은 맞다. 헌법은 전체 국민의 결단으로 제정되었고 전 국민의 결단으로 9차례의 개헌 과정을 거쳤다. 현행 헌법은 그러한 국민의 총의의 산물이다. 헌법을 외면한 국민의 마음은 없다. 그러한 헌법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을 하면 국민은 혁명을 하여야 한다니. 혁명은 기존의 헌법적 질서를 폭력수단으로 파괴하고 새로운 헌법적 질서를 수립하는 것이다. 지금이 혁명을 할 상황인가? 국민의 ‘저항권’ 또한 헌법의 기본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공권력 발동의 불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가능한 것이다. 더 이상 국정 혼란을 부추기지 말고 현행 헌법 질서에 따라 국정이 수습되길 바란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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