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2014년 야심 차게 선보인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가 1만대 이상 팔리면서 돈이 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측은 판매 초기에는 얼리 어답터와 호사가들이 주로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기업체를 포함한 진짜 고객들을 확보하면서 페퍼가 밥값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프트뱅크는 이에 고무돼 페퍼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자동화가 가능하면서도 기계 이상의 소통이 요구되는 판매와 마케팅, 고객 응대 업무 등으로 용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스위스의 네슬레와 같은 몇몇 기업들은 일찌감치 페퍼에 관심을 보였다. 네슬레는 커피 메이커의 판촉을 위해 페퍼를 대량으로 구매해 점포에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는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페퍼가 병원 방문자를 상대로 골절 여부를 알아보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고 내년 봄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마스터카드는 시범적으로 대만의 타이베이에 소재한 피자헛 점포들에 페퍼를 투입해 주문을 받고 결제를 처리토록 하고 있고 향후 수개월 안으로 아시아 전역의 피자헛 점포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 로봇 프로젝트의 요시다 겐이치 팀장은 개인들이 구매하기에는 페퍼가 여전히 비싸므로 B2B(기업간 거래)가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우선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3년간 리스하는 비용은 1만달러로 소형차를 구매하는 가격과 맞먹지만 매월 500달러를 내는 정도여서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고 설명했다.

물론 페퍼의 본격적인 상업화에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는 않다.

CLSA증권사의 모튼 폴슨 애널리스트는 페퍼를 움직이는 아이패드라고 표현하면서 고객들이 사람보다 로봇과 접촉하는 것을 선호할 리가 없으며 페퍼에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를 뒤쫓아 로봇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눈에 띄고 있다.

애완견 로봇 '아이보(Aibo)'를 선보였다가 쓴맛을 본 일본 소니가 모처럼 새로운 애완견 로봇을 선보였는가 하면 도요타는 사람들의 말동무를 해 줄 수 있는 소형 로봇 '키로보 미니(Kirobo Mini)'의 개발을 마치고 시판을 앞두고 있다.

도요타에 따르면 키로보 미니는 5살 난 어린이의 지능을 갖고 있으며 얼굴 표정을 살펴가며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세금을 포함한 판매 가격은 4만2천984엔(약 46만9천원)으로 크게 부담스런 수준도 아니다.

소프트뱅크의 요시다 팀장은 페퍼가 의료 목적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일례로 자폐증 어린이나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사람보다는 로봇의 말을 더 잘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퍼가 장차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의사,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 인간현 로봇 '페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