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친언니 이름 조회해 연락처·소재 파악

계모의 학대가 무서워 여섯살 때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헤어진 친자매가 환갑이 지나 55년만에 상봉했다.

19일 인천 부평경찰서에 따르면 1961년 당시 6살이었던 A(61·여)씨는 새엄마의 지독한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셋째를 낳다가 숨진 친엄마 대신 들어온 계모였다.

집 주소나 생년월일도 제대로 알지 못할 나이였다. 길을 잃은 소녀는 보육원을 전전하다가 6∼7살 때 한 가정에 수양딸로 입양됐다.

입양된 A씨는 이후 이름도 바꾼 채 50여 년을 살며 인천에서 오붓한 가정을 꾸렸지만, 한시도 친아버지와 언니를 잊을 수 없었다.

그러던 A씨는 올해 ‘DNA 검사를 하면 아무 정보가 없어도 친부모를 찾을 수 있다’는 아들의 권유에 경찰서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새엄마의 학대를 피해 외가에 내려가 있던 친언니의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다행히 희귀한 성에 독특한 이름이었다.

경찰은 온라인 신원 조회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추려냈고, 친언니로 추정되는 B(62·여)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친동생을 찾았다는 전화를 믿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경찰의 계속된 설명 끝에 B씨는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며 경찰서를 찾았다.

B씨 역시 새엄마의 학대를 피해 보육원과 친척 집을 전전하다가 현재 경기도 광명에서 아들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마침내 55년의 세월을 넘어 경찰서에서 만난 친자매는 서로의 기억을 조각조각 맞춰보며 그저 눈시울만 붉혔다.

계모의 괴롭힘을 피해 집을 나섰던 기억, 연탄 장사를 하던 친아버지와 셋째를 낳다 숨진 친엄마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안타깝게도 신문 광고까지 내며 딸들을 애타게 찾던 친아버지는 이미 20년 전 사망한 뒤였다.

언니 B씨는 “이름이 독특해서 개명할까 생각했는데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가족들이 다 죽었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렇게 찾게 돼 다가오는 설에는 함께아버지 산소에 갈 생각”이라고 동생의 손을 꼭 붙잡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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