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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술,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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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9  2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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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꼭 맞는 말일까? 미술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필요하긴 하다. 왜냐하면 미술은 음악이나 영화 같은 다른 장르에 비해 가슴으로 느끼는 부분 못지않게 머리로 배워야 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술 작품은 그것이 놓인 미술사적인 맥락 속에서 위대해진다. 그것이 왜 중요한 작품인가를 이해하려면 그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최근 미술관들은 오디오가이드, 도슨트, 전시설명책자 등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이런 많은 정보들은 과연 예술 작품을 즐기고 이해하는데 진짜 도움이 되는 걸까?

이미 작품에 대한 너무 많은 사전 정보를 가지게 된 관람자는 작품으로부터 그것 이상을 읽어내기 어렵다. 선입견 때문에 자기만의 방식대로 작품을 보기가 힘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보기 전 너무 많은 정보를 취하는 것은 자칫하면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를 넘어서 “아는 것만 본다”가 될 위험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슬로건이 자리를 잡으면서 예술 작품 감상에서 선후가 뒤바뀐 것 같다.

미술은 이론적 지식이기 이전에 예술이다. 예술에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더 큰 부분이 존재한다. 오히려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그 부분이 예술에서 더 본질적인 측면이다. 그래서 미술작품과의 만남에서 더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미술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은 한편으로는 작품을 보는 우리의 안목을 키워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에 대한 우리의 순수한 감성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로 무장된 눈앞에서 미술작품은 한갓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로 전락하면서, 예술로서의 생명력을 잃을 지도 모른다. 예술 작품은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영혼과의 교감을 통해 생명을 얻는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정보로 이해되는 작품은 예술로서는 이미 죽은 것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할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첫 만남은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먼저 가슴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래야 작품이 나에게 건네는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선입견 없는 순수한 눈으로 작품과 설레는 첫 만남을 한 후에 그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들을 정리하면 그것은 이후 다른 새로운 작품을 대면할 때에도 작품에 대한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이렇게 작품과 가슴으로 만나고 그 이후에 작품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미술에 대한 안목은 점차 나선형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가게 된다.

아이들과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작품에 대한 너무 많은 설명은 아이의 상상력이 발휘될 기회를 차단해 버릴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정보를 주기 보다는,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아이가 작품으로부터 받은 인상이나 느낌을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작품과 가슴으로 만나면서 작품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아이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아이의 감성을 자극하고 창의성을 발달시키는 훨씬 더 좋은 감상 방법이 될 것이다.

최정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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