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경제·정치적 어려움 산적했지만
각자 소임대로 열심히 헤쳐나가길

▲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사장

#1. 한해를 되돌아보며 새해를 내다보는 시점이다. 지난 신문들을 들춰보며 세상의 흐름을 읽어보려 하지만 어지럽다. 불확실성은 더해만 가고 우울한 소식이 쌓여가는 것 같다. 신문에 나타난 제목을 중심으로 지난해를 돌아본다.

#2.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CEO는 자율주행차, 스페이스 X, 솔라시티를 이야기하고 내년에는 한국에 상륙한다고 한다. 또 한편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후장대, 전통 제조업의 패권을 누려온 GE가 지난 해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을 선언한데 이어 올해는 산업용 인공지능 회사로 진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그런데 우리 경제 고도성장의 주력이었던 조선·해운산업 등은 아직도 구조조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3. 우리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이 지난해보다 11% 줄어들었다. 사드발(發) ‘혐한류’에 중국의 비관세 장벽은 높아만 가고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대외의존적인 우리 경제에 큰 걱정거리다. 미·중의 힘겨루기에 한국경제는 새우등 신세다. 이번 12월에 이어 내년에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에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가계 빚 1300조, 자영업자의 빚 520조는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이자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여기에 집값 하락까지 겹치면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그 결과는 상상조차 어렵다. 일부에서는 일단 위기가 오면 외환보유고가 일시에 1000억달러가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월가의 한국투자자들 사이에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4. ‘백척간두 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무너진 경제체력’ 신문 제목에 나타난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소비절벽, 수출 부진에 주택대출 금리는 치솟고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고 한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2004년 이래 최저 수준이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2%에 머물 전망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어려워졌다. 연중 최고치까지 오른 기름 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임금체불이 1조3000억원에 이르고 하위 40% 가구의 소득이 최초로 줄어들었다. 청년실업률 8.2%, 실업자 절반이 대졸이라는 소식에 젊은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인구는 15년 뒤에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며, 국민 중 62%가 계층상승에 절망적이라는 조사결과는 우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5. ‘꺼지지 않는 촛불, 숨죽인 청와대’라는 기사 제목은 우리나라 리더십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 탄핵 정국 아래 ‘여야정 3각 거부에 막힌 국정’이라는 기사에서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고 있는 불신의 골, 그 깊이를 확인한다. ‘멈춰선 국회’ ‘분당’ ‘합종연횡’ ‘대선열차’ 등 수많은 정치 용어들의 언론 장식을 보면서 서민들의 고단함과 경제위기를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다른 위기감을 느낀다.

#6. 공직사회는 국가운영의 최후 보루이다. 국민신뢰,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기까지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정치적 중립성에 바탕을 둔 공직사회 뿐이다. 작금의 혼란이 서민생활의 주름이나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발 끈 고쳐 매고 어느 때보다 흔들림 없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경제팀 고군분투’ ‘경기방어 선제대응’ ‘전기료 누진제 개선’ 등 정부발 소식과 함께 정치권에서 ‘경제부총리 환대, 경제정책 흔들지 않을 것’ ‘대통령 권한대행 대정부질문 출석, 협치 돌파구’라는 신문기사에서 희망의 싹을 본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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