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희 일산초등학교 교사

2016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1999년에서 2000년 넘어가던 12월의 설렘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6년 12월이다. 교사는 학년말 업무로 마음이 바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한 학기 동안의 학습한 내용을 평가하는 기말평가로 마음이 바쁘다.

바쁨 속에서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아이들 스스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요즘 학교의 2월은 학생들이 출석하는 날짜가 일주일 내외로 많이 짧아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고 2월에 적어도 2주 이상은 출석했음을 생각하면 참 짧은 기간이다. 그런 만큼 12월이 갖는 의미는 더 커졌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마무리하는 달로써 의미가 더 커진 것이다.

12월, 방학을 앞두고 교실에서는 ‘나의 1년’을 되돌아보는 내용으로 신문 만들기 활동을 종종 한다. 신문의 제목은 ‘나의 5학년 학교생활’ ‘나의 2016년 한해살이’ 등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가까이서 살펴보면 한 해 지내왔던 이야기가 저마다의 색깔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올해 가장 소중한 기억 1위로 소풍을 꼽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운동회를 적기도 한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렸을 적에 ‘올해 가장 즐거웠던 일 5가지’ ‘3학년이 되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BIG 뉴스 5가지’ 등을 쓰면서 신문을 만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하나 더해서 ‘나의 1년’을 되돌아보는 신문 만들기의 한 공간에 또래 관계를 되돌아보는 꼭지를 하나 만들어보는 것을 권한다. 수직선을 그리고 수직선의 숫자를 쓰는 부분에 3월, 4월, 5월… 12월을 쓴다. 그리고 수직선의 위 부분에는 행복했던 기억, 아래 부분에는 슬펐거나 마음이 아팠던 기억만큼 표시하고 그래프를 그려보게 한다. 그리고 파란 색 볼펜으로 월마다 친했던 친구들, 그리고 고마웠던 친구들의 이름을 그 그래프 위에 써보게 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 활동을 해 보면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저학년은 저학년대로 고사리손을 움직이면서 매우 진지하게 그래프를 채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 스스로 한 해 동안의 또래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보통은 잔잔한 음악과 함께 고마웠던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마음을 전하는 활동으로 마무리한다. 작은 활동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깨어있는 시간 중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친구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된다.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이 더 12월처럼 느끼게 한다. 12월이나 1월이나 큰 시간의 흐름에서는 같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은 타이밍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라는 12월의 의미에 힘 실어 아이들의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따뜻한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수희 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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