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명령 철회…집 가까운 곳에 새 공간 내주기로

학교에서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는 102세 호주 노(老)학자의 의지에 대학 측이 두 손을 들었다.

대학 측은 출퇴근길과 학내 활동 등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집에서 연구하도록 한 결정을 번복, 집 가까운 곳에 새 공간을 내주고 연구를 계속하도록 했다.

호주 퍼스의 에디스 코완 대학(ECU) 측은 산하 생태계관리센터 명예연구원인 데이비드 구달 박사에게 연구공간을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학교 측은 다만 그가 쓰고 있던 연구실이 아닌, 집에서 가까운 곳의 같은 대학 캠퍼스에 새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고 덧붙였다.

구달 박사는 호주의 현역 최고령 과학자로, 70년 이상 생태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무보수직으로 현재 주당 최소 4일 학교 연구실에 출근한다. 기차를 한 번, 버스를 두 번 타는 등 출근길에만 90분이 걸릴 정도로 노학자에게는 먼 길이다.

지난 8월 구달 박사의 건강과 안전을 우려한 대학 측은 내년부터는 재택 연구를 하도록 통보했다.

1㎞ 이상 걸으려면 주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구달 박사의 건강을 볼 때 학내에서 사고라도 난다면 소송에라도 걸릴까 걱정해 나온 조치라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구달 박사 측은 “지금 사는 곳에서는 이웃과 거의 접촉이 없고 퍼스에 친구들도 많지 않다”며 결국 건강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구달 박사의 소식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고 일터에서 나이 든 사람들의 역할이나 가치를 놓고 논쟁도 벌어졌다.

결국, 부담을 느낀 학교 측은 구달 박사 측과 협의에 나섰다.

스티브 채프먼 총장은 구달 박사에게 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며 “출퇴근이 쉬워졌고, 새 연구실 주변에 항상 사람이 있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라고 방송에 말했다.

구달 박사는 원래 연구실을 떠나게 된 데 아쉬워하면서도 학교 측이 자신을 받아들여 준 데 고마움을 표시했다.

구달은 “100살이 넘었지만 사회생활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사람들이 호의를 보내줬다”며 “시력이 허락하는 한 유용한 연구들을 계속하고 싶고, 나의 안전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추가로 3년 간 일할 구달 박사는 5개 대륙에서 연구했고 130권 이상의 과학서적을 냈다. 박사학위만도 3개로, 올해에는 호주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호주 훈장’(Order of the Australia)도 받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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