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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영양]비타민B1 다량 함유,정신건강 향상 효과(49)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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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1  21: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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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달간 대놓고 편파적이었다. 어떤 사람은 많이 먹으면 신물이 오르니, 소화가 안 되니 하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나는 팥시루떡, 팥빵, 팥죽 등 팥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태생적으로 사랑한다. 아무리 배부른 순간에도, 눈앞의 팥시루떡은 나를 자빠뜨리고 목구멍에 매달리고 만다.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늘 함께 한 팥. 팥에 대한 무한사랑의 원천은 무얼까. 내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 엄마의 위로가 필요해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팥 100g의 비타민B1, 하루 권장량의 45%
칼륨성분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 배출 도와
이뇨작용으로 부기·노폐물 제거에 효과적


“아이고, 저 새댁을 보면 우리는 힘들어 못 올라간다는 말 못하겠네.”

작은딸을 9월에 낳았으니 여름방학 때인 8월에 만삭의 몸으로 문수사를 오르던 나를 보며 할머니들이 하시던 말씀이었다. 가파른 돌계단을 한 발씩 천천히 딛고 오를 때도 친정엄마 머리에 얹혀있던 주개떡은 나와 함께했다. 밥을 퍼는 주걱을 경상도에서는 ‘주개’라고 부른다. 찹쌀밥을 지어 주걱으로 마구 으깨 만든 떡이어서 주개떡이라 한다. 반 정도 으깨진 밥알에 반 정도 으깨진 팥고물을 묻혀 만든다. 손님이 오거나 간절한 소망을 담을 때는 알알이 붉은색 주개떡은 어김없이 나와 함께했다.

작은딸이 우연한 행운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시작은 그냥 취미삼아였다. 지금은 직업이 됐다. 팥만 보면 마음이 안정되는 덕분에 아이의 중요한 시합이 있을 때마다 시장으로 달려가 팥시루떡과 주개떡을 사서 아침대용으로 먹였다. 골프는 무엇보다도 멘탈(mental) 게임이라 내가 안정되면 아이도 안정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실제로 팥은 정신건강을 향상시키는 잡곡이다. 곡류 중 비타민B1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질병에 걸렸거나 수술 직후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더 많이 필요해진다. 비타민B1이 부족하면 만성피로, 신경과민, 집중력저하 등 각종 증상이 나타난다. 팥 100g에는 0.54㎎의 비타민B1이 들어있으며, 이는 하루 권장량의 45%에 달한다.

칼륨 성분도 풍부해 나트륨이 체외로 잘 배출되도록 도와준다. 팥의 칼륨 함량은 쌀의 10배, 보리·수수·현미의 5배가 함유돼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는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피부의 때와 모공의 오염물질을 없애 아토피 피부염과 기미를 없애준다. 예로부터 세안, 미용에 팥을 이용한 이유다.

또한 팥에 들어있는 사포닌(saponin)은 이뇨작용이 있어 몸 안의 부기와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오래전부터 한방에서는 팥이 부종을 밖으로 내보내는 이수거습(利水祛濕), 해독하여 농을 배출하는 해독배농(解毒排膿) 효능을 지녔다며 신장기능이 약화되어 발생하는 부종, 특히 다리부종 증세에 효과적으로 쓰였다.

하얗게 깊어가는 겨울,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가 어제였다. 집집마다 팥죽을 쒀 먹었을 게다. 필자가 클 때만 해도 엄마는 죽을 쒀 대문과 집안 구석구석에 뿌리며 무슨 주문 같은 것을 외웠다. 아마 한 해의 묵은 찌꺼기는 버리고 새해 밝은 기운이 솟아오르기를 빌었을 것이다. 이렇게 12월은 하나의 매듭을 짓는 여정이자 동지를 지나면서 다시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다.

   
▲ 박미애 울산공업고등학교 영양교사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들은 달마다 독특한 명칭을 부여했다. 퐁카족의 달력에는 12월을 ‘무소유의 달’이라 칭했다. 심연의 성찰 없이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이른바 ‘마음의 달력’이다. 동짓날 팥죽을 끓여 먹고 땅에 뿌렸던 것은 인간과 만물이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하심(下心)하며 살아야 한다는 ‘마음의 달력’ 인지도 모른다.

혼례, 가족의 화목, 자손 번성, 아이의 돌, 백일상 등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인생의 중요한 시기마다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 되는 팥. 의미있는 것은 사라지지도 잊혀지지도 않는다. 팥의 힘은 작은 알맹이마다 꼭 품고 있다가 내주는 강인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팥이 다른 곡물과 함께 키워도 잘 자라듯, 새로운 날들은 부디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걸림 없이 세상을 품으시길. 붉은색 팥에 소망을 실어 보낸다.

박미애 울산공업고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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