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지난 20일 국가채무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현재국가채무가 119조7천억원으로 전년말 보다 11% 늘어났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재경부관계자는 우리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3.1%에 불과해 일본의 140%, 미국의 56.7%, 프랑스의 66.5% 등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므로 "아직 위험수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숫자와 씨름을 해야하는 경제부처 관료가 우리 국가채무의 규모를 놓고 그런 분석을 했고 또 진심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그런 말을 했다면, 정말 나라 살림을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국가채무는 그 규모도 물론 문제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단기간의 급증세다. 1년 동안 10조원 이상 늘어나 11%의 증가세를 보였다니 분명히 건전하고 검소한 살림살이는 아니었다. 그렇게 빚을 끌어다가 집안살림 형편이 잠깐만이라도 나아졌다면 그런대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그러나 부실을 메우고 연일 고장난 곳을 고치느라 빚을 끌어다 쓴 흔적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다. 세금으로 거둬 공적자금을 쏟아 붓는데도 한계가 있을테니 어차피 또 빚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읽고 있어야 할 경제관료가 단순히 외국과의 유리한 비교치만을 들어 아직 위험수위가 아니라고 강변하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국가재정이 파탄상태에 이르렀다는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금융부실, 기업부실을 치유한답시고 계속 나랏돈을 퍼부어 대다가는 지금도 아슬아슬한 외국의 신인도가 급락할 수밖에 없다. 신인도가 급락해 일시에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게다가 빚 독촉까지 심해지면서 거기에 74조원대의 채무보증 분까지 정부가 갚아야할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야말로 97년 위기의 수준을 넘는 위기가 되는 셈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는 너무 비관적인 가정을 전제로 위기의식만 부풀린다고 반박할 것이 아니다. 경제전문가들이 "요즘 경제관료들의 행태가 97년 환란 이전과 너무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는 쓴소리를 경제관료들은 귀담아 들을 때다. 일본의 국가재정이 위기라고는 하지만 일본과 우리는 경제적 저력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