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의 침체로 흔들리는 산업수도
도시 구성원 모두가 죽기살기로 나서
광역시 20주년 내년은 승리의 한해로

▲ 윤시철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요즘 울산의 상황을 목도하면서 예전에 본 ‘명량해전’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울산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자니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심정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필자만이 아니라 120만 시민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울산은 반세기 넘게 산업수도의 위용을 공고히 지켜왔다. 비교불가였고, 대체불가였다. 울산을 빼고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경제와 산업에 관한한 울산은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산이었고, 넓은 바다였다.

성장과 번영이라는 신화와 기적의 탑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그러나 끝없이 올라갈 것만 같았던 공든 탑은 어느 순간 쌓기를 멈추고, 한꺼풀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5년전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도 잠시, 해를 거듭할수록 미끄러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600억달러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됐다. 산업수도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부자도시의 명성도, 일등도시의 긍지에도 상처를 입었다.

울산을 견인해온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자동차와 함께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조선업의 위기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차원의 분사에 이어 연구개발기능을 경기도 성남으로 이전하기로 함으로써 울산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연구개발기능의 집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울산의 야심찬 계획이 시작단계에서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울산과 함께 해온 현대중공업이 지금이라도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기존 산업의 침체도 문제이지만 새로운 성장산업의 발굴과 육성이 기대만큼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미래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시도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하나만으로도 울산이 산업수도의 위상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지부진한 대통령 공약사업이 하루빨리 본궤도에 올라야 한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울산산재모병원, 그리고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은 울산으로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국가적으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사업이다. 중앙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길 바라며, 우리 시와 정치권에서도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내부의 현실을 조금 더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둑격언에서 나오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처럼 대마를 잡기전에 자신의 말을 먼저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울산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 있다. 울산을 떠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만난 기업인들의 상당수는 정말로 울산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인지 실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업장이 많아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중소규모의 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규제철폐가 미진하고, 민원에 대처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시작된 탈울산은 이제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수성도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년이면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한지 20주년이 된다. 광역시 20주년이 울산 재도약의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이순신 장군과 같은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12척의 배로 수백척의 적선을 무찌를 수 있는 불퇴전의 용기와 함께 지혜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직도 울산은 12척 이상의 배가 있다. 120만 시민 모두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와 의지로 맞설 때, 2017년 정유년은 승리의 한해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윤시철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