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아 미디어스토리창 대표 아나운서&PD

한해의 끝자락에 성큼 다가섰다. 주부들에게 있어 겨울의 진풍경은 김장이다. 가족을 위한 작은 김장일지라도 김장하는 날은 온 가족이 모여 행복을 만끽하는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된다. 갓 버무린 싱싱한 김치에 특별메뉴 수육은 금상첨화다.지역 노인들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김장 나누기는 지역사람들 또는 동호회, 봉사단체들이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김장의 시작은 배추 절이기이다. 아무리 좋은 양념을 해도 간이 적당해야 김장맛이 살아나고 저장도 용이하다. 김장맛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소금인 셈이다. 소금의 양 조절에 실패하면 배추 본연의 맛을 잃은 짠 배추가 되어 버리고 젓갈과 싱싱한 생선, 굴, 과일까지 갖은 양념의 맛도 잃게 된다. 반대로 적게 넣으면 맛도 없을 뿐 아니라 장기간의 저장도 어렵다. 하지만 육안으로는 소금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 적게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맛을 보기 전에는 소금의 덜함과 과함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음식의 보존을 위해 소금을 사용해 왔다. 염장법이라하여 소금의 삼투압을 이용해 세균의 생장을 억제함으로써 음식을 장기간 저장해왔다. 젓갈, 간고등어, 굴비는 그 대표적 음식이다. 최근에는 태양열 발전소에서 태양열을 저장하는 용도로도 소금이 사용되고 있다. 용해된 소금물은 566℃의 높은 온도를 보존할 수 있어 맑은 날의 태양열을 소금에너지 저장소에 저장했다가 흐린 날에도 사용하는 것이다. 소금은 인체에도 영향을 준다. 땀으로 인해 급격히 많은 소금을 상실하면 몸속 전해질 균형이 깨져 현기증이 일어난다. 소금은 이렇게 다방면으로 유용한 역할을 한다.

몇해 전 중국산 소금으로 쓴맛 나는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 맛을 잃은 소금, 소금의 과함이나 덜함은 문제가 발현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적당한 소금도 알 수 없다. 무언가가 발현되기 전에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한 다름이 있다. 맛을 잃은 소금, 과하거나 덜한 소금은 음식을 상하게 하거나 음식을 망쳐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장황하게 소금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요즘 시국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과 기업인들, 많은 선택의 귀로에 있는 사람들은 때로는 고독한, 외로운 자리에 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소금처럼, 적재적소에 맞는 충언을 하는 이들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거나 적절치 못하면 본연의 뜻을 잃는 것은 물론 공멸을 자초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제 역할을 하는 소금처럼, 내가 처한 그 곳에서 혹여 나는 맛을 잃은 소금, 과하거나 덜한 소금은 아니었는가, 한해를 마무리하며 스스로를 다시한번 돌아본다.

나경아 미디어스토리창 대표 아나운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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