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은 경제계 뿐만 아니라 정치, 스포츠, 남북관계 등 각 방면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거인이었다. 그의 타계 이후 당연히 그에 대한 평가가 잇따를 것이다. 다방면에 걸쳐 족적을 남기긴 했어도 정주영에 대한 사후 평가는 당연히 기업인으로서의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섰던 정치인으로서의 평가, 서울 올림픽을 유치한 스포츠 후원자로서의 평가, 금강산 관광을 성사시키고 소떼를 몰며 방북한 통일전사로서의 평가 등이 모두 기업인 정주영에 접목시켜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까지 기업인 정주영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인이 된 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예의 차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의 행적중 정경유착, 선단식경영, 황제경영 같은 것에 대한 비판조차 "한국경제를일으킨" 그의 큰 업적에 가려 아직은 재계가 절실하게 반성할 대상으로 부각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민들의 눈총을 받으며 국부를 축내는 과정에서, 기업인 정주영에 대한 평가는 새롭게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천재 경영인, 도전정신과 뚝심과 근면성을 고루 갖춘 만능 경영인 정주영을 통해서 우리는 원칙과 기본의 중요함, 절제의 미덕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기업인 정주영이 남긴 업적중 특히 남북관계 개선사업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쾌거였고 민족적 대사였다. 또 그의 신당 창설과 그에 뒤이은 대선 출마는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어도 기존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낀 많은 국민들에게 한때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과연 우리의 기업 형편에 기업의 돈을 끌어들여 전력 투구할만한 일이었던가 하는 점은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현대 임직원과 재계가 정주영, 이병철의 신화를 신봉할 시대는 지났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넘어가면서, 또 재벌의 시대에서 전문경영인 시대로 바뀌면서각 기업을 전문화하고 체질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개혁작업을 가속화할 때가 됐다. 한국 경제사의 큰 별 정주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현대와 모든기업들에게 몸으로 보여준 값진 교훈으로 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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