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끝)전수조사의 성과와 보전

 

우리나라 최초의 무형문화유산 조사의 시작은 1930년대 울산 출신인 고(故) 송석하(宋錫夏, 1904~1948) 선생이 우리 민속을 조사·연구하면서 조선민속학회를 창립하고 <조선민속> 학회지를 창간해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그래서 선생의 고향인 울산에서 시행한 ‘무형문화유산 전수조사’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재건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경제발전에 집중한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지역의 정체성 찾기가 시작되었다. 이에 울산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지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변방의 국방도시였던 울산을 대변하는
활발·강인한 기질의 문화유산 찾아내
총 36종목의 무형문화유산 발굴·정리
기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 절실

이번 조사의 1차적 목적은 울산 속에 숨겨진 무형문화유산을 발굴해 더 많은 무형문화재 범주 안에 포함하는 것이었고, 2차적 목적은 울산의 이미지와 성격에 맞는 무형문화유산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16세기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울산사람들은 ‘무예를 숭상하고 장사를 좋아한다(尙武藝 好商賣)’라고 기록하고 있다. 18세기에 편찬된 울산 읍지 <학성지>(鶴城誌)에도 역시 ‘무예를 숭상하고(尙武藝)’‘타고난 성품이 강하고 굳세어서 문화를 일으키고 교화를 쉽게 할 수 있다(稟性剛毅 可以興文而易化)’라고 기록되어 있다. 무예를 숭상하는 사람의 성품은 강하고 굳셀 수밖에 없다. 옛 기록에서 보면 태화강과 동천강 하구에는 먼 지역에서 온 배와 심지어 외국선박까지 내왕하며 교역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러한 배경에서 볼 때 울산사람들의 활발한 기상을 떠올릴 수 있다.

울산 덧배기의 활기찬 몸짓, 울산 쇠부리소리의 우렁찬 노랫소리, 울산 병영서낭치기의 힘찬 풍물소리, 울산 마두희의 힘찬 화합의 모습 등에서 강인한 전통적인 기질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울산 쇠부리소리를 부르며 생산한 철은 철기시대 이후로 산업의 근간이었다. 이러한 원자재뿐만 아니라 백동제품(동과 은의 합금), 도검(刀劍)류 등은 경상좌병영에서 거래되었던 전통사회의 대표적인 공산품들이기도 하다.

울산은 신라시대는 물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변방의 국방도시였다. 변방지역 사람들은 대내적으로는 외적을 방어하기 위해 강한 결속력과 함께 애국, 애향심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으로는 북구 신천동 냉천마을에서 행하고 있는 냉천 나다리먹기라 할 수 있다. 냉천마을은 현재 인근에 공장들이 들어와 도농복합지역으로 변하였지만, 냉천 나다리먹기가 행해질 때면 출향민까지 와서 전통적인 백중놀이를 하고 현대 생활에 맞게 맞추어 마을사람 모두가 화합하고 즐기는 행사로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수도 울산은 경제개발계획에 의해 형성된 공업도시이다. 이것은 단순히 정부의 주도적인 계획의 결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울산은 전통적으로 약간 거친 듯한 활력, 강한 결속력과 애국·애향심, 개방성과 진취성, 상거래의 우수한 능력 등의 저력이 역사적으로 몸에 배인 곳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공업도시로 정착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 추진한 무형문화유산 전수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주요무형문화유산(7종목), 상세무형문화유산(14종목), 목록무형문화유산(15종목)을 발굴하고 정리한 것에서 시작으로 민간에 자연스럽게 전승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보전에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이희진 울산시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울산광역시에서는 7개월간에 걸친 무형문화유산 전수조사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의 전승에 대한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고, 더 많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성공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구군의 기관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울산의 무형문화유산 전수조사 진행을 위해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을 내어주고 조사에 응해주신 무형문화유산 전승자와 조사를 진행하신 연구 용역업체에도 감사드리며, 2016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2017년은 우리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이 좀 더 앞으로 발돋움하는 해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희진 울산시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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